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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19218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6-09-07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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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아라가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청담동 명품 편집숍인 마인더숍 매장 앞이었다. 우울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그녀가 찾는 곳 중 하나였다. 평일 오후의 마인더숍은 한산했다. 오아라는 이곳에 올 때마다 외계 행성에 온 느낌이 들었다. 외계인이 청담동 한복판에 뚝 떨어뜨리고 간 듯한 기하학적인 외관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최고라 칭송받는 이탈리아의 한 건축 장인은 오랜 기간 리뉴얼을 통해 이곳을 단순한 명품 편집숍에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가장 농밀한 알레고리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야릇한 위압감과 경외감을 놀라운 황금 비율로 형상화해냈다. 그래서 이름값은 중요하다고 오아라는 생각했다.
필사적으로 믿음의 대상을 찾으면 찾을수록 삶은 열심히 비아냥거리며 오아라를 희망의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거나 무릎 꿇렸다. 마인더숍에서 봤던 벤틀리의 뒷모습, 훔치고 싶은 디올 백, 청담 파라곤의 웅장한 정문, 김중권의 BMW 가죽 시트, 겐조 옴므의 향기, 로열 코펜하겐 찻잔. 오아라는 자신에게 진정한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 대상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속물……. 한데 속물이 뭐 어때서.
오아라는 생각했다. 뭔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더 이상 이대로는 삶을 지속시킬 수 없다고. 무심코 주머니에 넣었던 오아라의 손에 사각의 빳빳한 종이가 딸려 나왔다. KY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중권. 오아라는 복화술 하는 사람처럼 명함에 적힌 글자를 소리 없이 따라 읽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삶이 이래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