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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89271558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햇살 속의 이별
이스튬 펌프
유나의 손님
사라진 살인 로봇
로봇해방조직
죽음과 방전 사이
불꽃놀이
멸망
생존자
사랑이 절망으로 바뀌면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 새벽 한 가정용 로봇이 주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인 박 씨를 살해한 로봇은 5년 전 구입한 유론 1세대 로봇으로 자세한 살인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 주민의 제보에 따르면 박 씨가 평소 로봇을 학대하는 것 같았다는 증언이 전해진 가운데 로봇조사국 요원이 해당 로봇을 긴급 체포했으며…….’
나와 서호 씨의 시선이 화면에 고정됐다. 서호 씨의 심장이 또다시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한 순간 내 심장도, 아니 이스튬 펌프도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이스튬 펌프’에서)
말 한마디에 변화하는 유나의 표정이 사람처럼 느껴져서 나도 좋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은 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선의로 행동해도 상대는 악의의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서른이 넘는 삶을 살아오면서 아직도 그런 순간은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데 유나와의 소통은 어느 정도 공식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적어도 내가 선의로 한 행동에 대해 악의로 맞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떠한 반응을 보이기 전에 그 진의를 먼저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프로세스를 가동할 것이라는. 이런 점 때문에 사람들이 반려 로봇을 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악의를 악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많은 로봇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잔인하게 학대를 당하고 있겠지만. (‘로봇해방조직’에서)
만약 이렇게 홀로 달리다가 인적 없는 산길 같은 곳에서 방전이 된 채 쓰러지면 어떻게 될까. 며칠, 몇 달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는다면. 비가 내리고 눈이 쌓여 겉은 부식되고 내부로 습기와 벌레들이 파고들어 회로와 시스템이 망가지면. 그렇게 되면 인간들이 말하는 죽음의 단계에 이르는 것일까. 폐기와 죽음은 뭐가 다를까. 로봇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긴 한 것일까. 파워를 끄면 그게 곧 죽음 아닐까. 인간이 삶의 끝을 마무리하는 숭고한 절차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그리고 그 의식이 인류의 오랜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것을 보면 그들의 죽음은 로봇의 온ㆍ오프와는 근원적으로 다른 것이겠지. (‘죽음과 방전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