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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342267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3-06-0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유서
1부 “어둠을 베고 유성처럼”
2부 세상 저편, 우리의 영토(塋土)
3부 푸른 공중전화
4부 마석, 산70-1번지
에필로그 “노동자 박영재”
추천사(문영심) :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마음에 품게 될 소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프고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할 때, 죽음으로밖엔 지킬 방법이 없을 때, 누군가는 목숨과 바꾸기도 합니다. 동지가 아는 전태일이 그랬고, 이 묘지의 많은 열사들이 그랬습니다.
그들은 청계천 평화시장의 어린 노동자들을 지키고 싶었고, 구로공단 노동자들을 지키고 싶었고, 피땀 흘려 만든 노동조합을 지키고 싶었고, 군대 녹화사업으로 강요받은 프락치 활동에 의로운 친구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양심의 소리를 지키고 싶었고, 민주와 평화와 이 땅의 자주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위한 진보정치의 미래, 당을 지키고 싶어서 목숨을 버렸습니다.
머릿수가 필요할 때 숫자로라도 존재할 수 있어야 했고, 기득권 거대 정당을 위해 그들을 희생시키지 말았어야 했고, 난장이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며 극장에 가고 백화점에도 가고 사장과 마주 앉아서 협상하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법을 그들 스스로 만드는 것이 온당한 일이라고 더 적극적으로 믿었어야 했고, 키 작은 사람들을 혐오하는 세력이 그들을 흔들고 휘청이게 할 때 “우리도 같은 난장이다!” 소리치며 엄호했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해지지 않을 때, 피할 수 있지만 피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을 때, 나는 종종 ‘운명’이라는 불확실하나 불가항력이라 여겨지는 힘에 기대곤 하는데, 운명이란 것이 회피나 도피, 약자의 순종과 그들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발명된 도구일 수 있겠으나, 나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선택과 무언가를 간곡하게 바라온 마음의 총합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