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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43819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2-1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발이나 얼굴이나 다 같은 한 몸인데
1부│ 나 아직 살아 있니?
암 수술에 대한 조언을 구합니다 │어머니와 고춧가루 │ 코로나보다 어머니가 더 무서워요 │ 기저귀를 갈아드리며 │ 어머니라는 의사 │ 나 아직 살아 있냐? │ 어머니와 함께하는 여행 │ 엄마라는 호칭 │ 그래 살아야겠다 │ 양로, 양육의 기쁨 │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가는 과정 │ 파안대소 │ 네가 건강해야지, 나만 살면 뭐해 │ 간병은 끊임없는 공부
2부│ 어머니의 레시피
어머니가 드디어 김치를 담갔다 │ 어머니의 무 요리가 달았던 까닭 │ 환자에게 속지 않는 법 │ 다시 받은 어머니 밥상 │ 어머니 열무김치의 비밀 │ 원조 도시농부 어머니 │ 주독에 절은 속이 확 풀리는 맛, 황태국 │ 어머니를 살리고 있는 힘 │ 근심 덩어리 아들 │ 검은 머리가 나다 │ 다만 더는 외로움 없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 어머니의 레시피로 만든 파래김치 │ 어머니의 진짜 겨울 별미, 굴뭇국 │ 어머니는 진정한 나의 하느님 │ 죽음을 이겨내고 차려주신 생명의 밥상 │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아 │ 예쁜 우리 엄니 │ 어머니의 물김치 레시피 │ 어머니와 코로나 백신 │ 조리로 돌을 걸러 해주신 잡곡밥 │ 무 물김치보다 맛있는 배추 물김치 │ 관음보살을 친견하다 │ 어머니와 꽃게찜
3부│ 내 삶의 스승이신 어머니
고양이들은 참 욕심이 없어 │ 삽을 잡은 어머니 │ 수박 주스와 삶은 감자 │ 어머니의 달걀볶음밥 │ 어머니의 메모 │ 밥 먹는 것이 제일 힘들어 │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 보약보다 중요한 것 │ 사랑을 줄 수 없는 고통 │ 한 해를 더 살다 │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가장 귀한 차례상 │ 어머니는 한결같은 내 삶의 스승 │ 부질없는 약속 │ 홍합국 끓여 먹어라 │ 잔소리를 해도 든든해 │ 후회
4부│ 어머니와 함께한 3년간의 동행
어머니의 노트 │ 응급실 │어머니와 바다 │ 나, 요양원 안 갈래 너랑 살래 │ 어머니를 속이다 │ 어서 장례식장 가자 │ 인천의료원 가봐라 │ 2년만 더 살게 │ 사는 게 지겹다 │ 어머니가 나를 살렸다 │ 너는 환잔데 나는 환자 아니야 │ 절대 나가지 마라 │ 죽으면 다 흩어져버려 │ 어머니와 럽스타그램 │ 슬픈 전복죽 │ 너 통영 갔니? │ 유언장을 쓰는 시간 │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 살아 있으니 행복해 │ 나 좋은 거 좀 먹이지 마라 │ 어머니와 소나무 │ 2년 다 살고 나면 어떡하냐? │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는 고통 │ 아직은 때가 아니다 │ 말 없는 말씀 │ 궁즉통, 궁극에 달하면 통한다 │ 페이스북 인드라망, 온 세상이 어머니를 돌보다 │ 고향 가는 길 │ 임종
에필로그_ 또 하나의 시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머니는 어떤 스승으로부터도 얻을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을 주셨다. 병상에서도 날마다 아들이 인생을 지혜롭게 살 수 있도록 일깨워주셨다. 발과 얼굴이 똑같은 한 몸이란 크나큰 깨우침을 주셨고, 늘 겸손해야 한다고 타일러주셨다. 고추장을 담글 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다”는 요리비법도 전수해주셨다. 툭툭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어떤 스승의 말씀보다 지혜로웠다. 그런 어머니 말씀을 빼놓지 않고 기록했다. 그래서 어머니 간병 시간은 나의 인생 수업 시간이었다. 이토록 멋진 수업을 내가 어디서 또 받아볼 수 있을까?
_ <프롤로그> 중에서
‘손맛’이라는 ‘거짓말’! 어머니는 무슨 음식이든 대충 뚝딱뚝딱 만들어도 다 맛있었다. 그것이 그저 손맛이라고만 생각했다. 타고난 솜씨가 좋아서 손맛이 있어서 대충 해도 맛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뚝딱은 결코 뚝딱이 아니고 대충도 절대 대충이 아니다.
요리가 재빠른 것은 대충 해서가 아니라 수십 년 숙련된 기술이 있어 손이 빠른 것이다. 특별한 재료가 없어 보이는데 뚝딱 만들어도 맛있는 것은 MSG 조미료 때문이 아니라 음식의 기본 맛을 내는 장류를 몇 년씩 발효시켜 지극한 정성으로 미리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을 만들고 삭히는 정성과 시간들은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하다. 그 정성과 시간이 농축된 장류가 바탕에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슬렁슬렁 뚝딱뚝딱 해도 손맛이 좋아 음식이 좋은 줄만 알았던 것이다. 어머니의 땀과 정성, 시간을 견디는 인내심이 어머니의 음식을 완성했던 것이다. 그 깊은 정성의 결과물을 ‘손맛’이라고만 퉁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손맛은 없다. 손맛이라는 거짓말이 있을 뿐. 맛의 비결은 손맛이 아니라 정성이다.
_<엿기름은 쌀락쌀락한 가을에 길러야 달아> 중에서
어머니는 나를 전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신다. 무조건 곁에만 붙어 있으라 하신다. 내가 나가면 방문 요양사가 와도 쫓아버리시겠다고 협박도 하신다.
“어머니, 왜 못 나가게 해요. 일하고 돈을 벌어야 먹고 살죠.”
“그래도 나가지 마. 일도 하지 마.”
“왜 못 나가게 하는지 이유를 알려주세요, 어머니.”
“네가 나 살라고 해서 살고 있으니 꼼짝 말고 옆에 있어.”
어머니는 고집을 꺾지 않으신다.
“일 안 하면 못 먹고 살 텐데 그럼 어찌 살라고요?”
“내 노인연금 있잖아. 한 달에 30만 원씩 나오잖아.”
“그걸로 어떻게 살아요?”
“살 수 있어. 가만있자. 한 달에 30만 원이면 1년에 얼마더라.
250만 원.”
“아니죠. 360만 원이잖아요.”
“아냐 250만 원이야.”
“네, 네, 어머니 말이 맞아요.”
“그럼 2년만 더 살란다. 2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마. 그걸로 먹고 살 수 있어.”
“그래요. 어머니, 우선 2년이라도 더 살아요. 나중 살 것은 나중에 생각하고요.”
어머니는 어떻게든 자식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셨나 보다. 며칠 전까지 스스로 이미 죽었는데 장례를 안 치러준다고 떼쓰시던 어머니. 얼마나 버텨주실지는 모르지만 다시 살겠다는 의지를 보이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_ <2년만 더 살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