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514268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9-08-30
책 소개
목차
늙은 소녀들의 기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자를 바라보는 맞은편 남자의 눈에서 화기가 느껴졌다.
“그럼, 그렇게 살면 되잖아요. 정의사회를 위한 구호를 외쳐 달라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 전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닌데, 까닭 없이 때린 놈 잡아다가 벌 받게 하자는데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니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
사실 부장이 어찌해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매뉴얼대로 기사를 선별하고 선택해서 적시에 내보내면 그만이었다. 내 분노와 정의가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선배인 부장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기사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나는 끝까지 부장에게 매달렸다. 부디 그의 죽어 있던 용기가 부활하거나 그가 실수를 저질러 내가 쓴 기사를 그대로 내보낸다면 만세를 부를 일이지만 그런 일은 내가 복권에 맞을 확률보다 더 낮았다.
“오키나와로 나갈 때는 요란하게 배웅을 해주더니 돌아오니까 아무도 반기지 않더라. 하긴 누가 쳐다볼까 무서워서 사람들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중략)… 그렇게 다시 돌아간 고향인데……. 엄마는 저녁 밥상을 차려주면서 낡이 밝기 전에 다시 서울로 떠나라고 말씀하셨지.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일들이 첩첩산중 정선까지 흘러들어 남부끄러워 못 살겟다고 하더라. 태평양을 건너온 소문이 무지와 만났으니 다시 산을 넘어 집을 떠나라는 소리였다. 그 소릴 들으니 참담하더라. 굴욕과 능욕도 모자라 참담함까지 당하고 나니 밥숟가락 쥔 손이 저절로 풀리더구나. 상처투성이 새끼를 보듬지 않고 내치는 어미라니! 그 밤 엄마를 한참 노려보다가 집을 나왔다. 사람에 대한 내 그리움은 거기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