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류학/고고학 > 인류학
· ISBN : 9791187700067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4-07-12
책 소개
목차
해제: 조문영(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머리말: 팬데믹 속에서 사회가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1장 논의의 출발: 사회적 의무가 왜 필요할까? 왜 지금?
2장 현존과 사회적 의무: 나눔에 관한 에세이
인류학적으로 접근하는 사회적 의무
_ 나눔의 확장
지구 차원의 현존 정치를 향해서
결론
3장 부록: 일부 이론적인 대조와 설명
사회인류학의 전통과 ‘관대함’에 대한 분석
_ 뒤르켐
_ 데리다
_ 차터지
_ 아렌트
_ 버틀러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지적은 기억해둘 만하다. 그는 전체 인구 중 극히 일부인 안정적인 도시 노동 계급의 생활방식이 순식간에 (어찌 되었든 많은 사람이 인정하고 있듯) 모두의 미래로 제시되어버렸다고 말하면서 20세기를 ‘노동자의 세기the century of laboring man’로 회상한다.
스탠딩이 주장하듯, ‘노동자의 세기’가 종말을 맞이했다면, 그 이유는 절대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임금노동자가 사라진 탓이 아니라, 지구적 성장과정에서 더는 임금노동을 보편적인 해결책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급망과 노동시장이 세계화되면서 노동 계급의 조직력이 약해지고, 신자유주의적인 구조조정과 재정 긴축 탓에 구조적인 실업과 비정규직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의 기술발전이 임금노동의 전 분야를 대체하거나 대폭 축소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왔던 전환 논리는 이제 설득력이 없다.
노동자들에게 우선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 즉 우리 모두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공동 자산의 상속자들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유산은 노동에만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고, 피 흘리고, 창의력을 발휘해서 함께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가치의 원천은 사회 전체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과실에 대한 정당한 권리는 노동자가 아닌, 상속자이면서 이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한다.
분배의 가장 중요한 양상 중 하나는 ‘무엇인가를 가져가려는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관행이라는 위드록의 주장은 적절한 지적이다. 이것이 요구에 따른 분배의 논리이며, 단순히 이웃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 이웃이라는 상태에 정확하게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내가 제시하는 현존에 기반을 둔 사회적·정치적 논리는 여전히 심각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내가 ‘성원권’이라 부르는 원칙(‘우리 중 하나’)은 시민권의 형태로 법적으로 명확하게 인정되고 있으며, 정치적 주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현존’의 원칙(‘여기, 우리와 함께’)은 대체로 상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제로 의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핵심적인지, ‘여기’에 존재한다는 명백하고 자명한 조건이 얼마나 확실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우리는 아직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