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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7721062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16-12-20
책 소개
목차
28. 수정궁의 주인
29. 꽃과 가시
30. 어둠 속에 바람은 불지 않는다
31. 그 재상의 은밀한 사정
32. 떡밥은 뿌려지고 물고기는 달려든다
33. 밀담
34. 비즈니스적인 프러포즈
35. 내어주는 자, 노리는 자
36. 추억은 또 다른 시작
37. 막간극: 침입자
후기
책속에서
유르가 제 뺨을 아멜리의 머리에 기대려다 멈추고, 또 이마를 아멜리의 어깨에 대려는 듯하다가 멈추었다.
“어깨가 굳었구나. 자리가 편하지 않느냐.”
당신 때문이잖아, 당신! 아멜리는 속으로 고함을 질렀지만 겉으로는 교양 있게 웃었다.
“저기요, 고개 좀 돌려줄래요?”
“어째서냐.”
“다들 쳐다봐요.”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을 주목하지 않는 이는 국화와 수련 정도에 불과했다. 다른 화원 여자들도 동백처럼 공연 감상 틈틈이 황제석을 곁눈질하거나 혹은 아예 대놓고 입을 벌린 채 쳐다보기도 했다.
아멜리는 울상을 짓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남자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발랑 까진 여자로 이미 낙인이 찍히지 않았을까. 화원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마침내 탈출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이 상황은 전혀 이롭지 않았다.
“네가 어여뻐서 다들 그러는 게지.”
황제는 속 편하게 해석했다.
아멜리의 표정이 막 일그러지려던 그때 국화가 벌떡 일어나 술잔과 술병을 가지고 다가왔다.
“즐거운 만남을 기념하여 감히 술 한 잔 청하고 싶습니다.”
정말이지 햇살처럼 밝고 귀여운 미소였다. 아멜리는 기꺼이 국화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국화가 고개를 돌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술잔을 기울였다. 한 번에 술잔 바닥을 보인 뒤에, 아멜리의 잔 쪽으로 눈짓했다.
“혹시 약주는 하시는 편인가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잔 따라드려도 될까요?”
“네. 잘 마시진 않지만 한 잔 정도라면.”
국화가 빙긋이 웃으며 술을 따랐다. 찰랑찰랑 차오른 술을 보고 아멜리가 잠깐 긴장했다.
‘따라준 술을 바로 다 마시지 않으면 상대방이 불쾌하겠지.’
결심을 하고 아멜리도 국화처럼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향이 무척 달달하여 곧장 삼켜도 별로 역하지 않았다.
“잘 마시는구나. 혹시 취기가 오르진 않으냐.”
유르가 은근히 염려스럽게 묻자 아멜리가 고개를 도리질했다.
“전혀요. 도수 약한 과일주인 거죠?”
국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멜리의 낯빛을 살피다가 “아무렴요” 하고 요정 같이 귀엽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수련과 동백은 연회가 끝날 때까지 딱히 아멜리에게 말을 붙이지 않았다.
아멜리는 유르와 함께 제 침소가 있는 별궁으로 돌아가면서 국화를 눈여겨보았다. 성격도 좋아 보이고 싹싹하고 사교성도 있고. 어쩌면 국화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친해져 봐야겠다!’
아멜리가 다부지게 결심했다.
그리고 연회가 파한 자리에는 삼화만이 남았다.
“난 년이네.”
국화가 한마디 하고선 안주 과일을 와그작와그작 씹다가 씨를 퉤 뱉었다. 수련은 술이 다 떨어진 술병을 여러 번 흔들다가 아쉽다는 듯 휙 던져 버렸다. 이미 수련의 앞에는 빈 술병이 열댓 병은 되었다.
“사람 멕이는 방법이 참신했어. 화원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가르쳐달라고? 황제를 꼬셔서 수정궁까지 기어 들어온 년이 모를 리가 있나. 「너흰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라고 대놓고 선언한 거라고.”
아멜리를 처음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 국화의 얼굴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