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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6170212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15-04-10
책 소개
목차
10. 히스톤의 사정
11. 초심자의 행운
12. 까달나무 속의 여자
13. 아르바이트를 하자
14. 써니필드 용병중개소
15. 마법
16. 숨바꼭질
17. 재회
18. 마른하늘에 날벼락
19. 막간극 : 꼭두각시2
후기
책속에서
참방참방. 물에 헹궈진 더러운 걸레가 깨끗해져 갔다. 아멜리는 양동이에 대고 걸레를 꾹 짜서 탁탁 털었다.
“이제 또 어딜 닦을까?”
그러나 이미 거실, 침실, 부엌까지 번쩍번쩍 광이 나는 상태였다. 아멜리는 노동의 결과물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가볍게 시작한 집 청소였지만 꽤 열중하게 되어 어느새 복잡한 잡념은 사라지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어쩌면 간만의 집 청소라 더욱 재미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최근에는 노숙, 여관 숙박, 아니면 남의 집에 얹혀사는 생활의 연속이었기에 굳이 청소할 필요가 없었고 그럴 기회도 없었던 것이다. 아멜리는 새삼스러운 감회에 젖었다.
“청소할 필요가 없는 생활이라니.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고향에 있었을 땐 매일 같이 집을 쓸고 닦고 했다. 가진 건 별로 없어도 깔끔하고 청결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 오래되었으니 지금쯤 고향집은 황폐해졌으리라.
“안젤라가 돌봐주지 않았으려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집인데 너무 귀신 소굴은 안 됐음 좋으련만.”
아멜리는 마음속 걱정을 중얼거리며 거실 책장의 책을 가지런히 정리하다가, 책장 옆에서 벽에 붙어 있는 작은 문을 발견했다.
“공간이 하나 더 있었네?”
대수롭지 않게 벽장문을 연 아멜리의 눈이 문득 커다래졌다.
“힉!”
아멜리는 반사적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좁은 벽장 안에 낯선 사람이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고 착각한 건 지극히 찰나였다.
“사람……이 아니구나. 인형?”
가까스로 비명은 지르지 않았으나 심장이 터질 듯이 쿵쿵 뛰었다. 인형인 걸 알고 보아도 실제 사람 크기이다 보니 괜히 소름이 끼쳤다. 머리털도 눈코입도 없고 전신에 나뭇결이 드러나 있어, 의류점에서 본 적 있는 마네킹을 연상케 했다.
“와, 놀랐다. 왜 이런 게 여기에 있지? 써니필드 물건인가?”
아멜리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인형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그러자 퀴퀴하고 고약한 냄새가 코끝에 확 끼쳤다. 마치 썩은 쓰레기 냄새 같았다. 아멜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인형을 이리저리 살폈다.
“벽장 안에서 곰팡이라도 슬었나 봐.”
아멜리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썩은 나무는 개미 같은 벌레를 꼬이게 만들기 때문에 집안에 간직해두면 좋지 않다. 만약 자신의 물건이었다면 당장 내다 버렸을 테지만 남의 물건이니 최소한 통풍이 잘되는 곳에 옮겨 놓기로 했다.
“으쌰.”
테라스로 옮기기 위해 인형의 몸통을 끌어안은 아멜리는 살짝 놀랐다. 속이 비어 있지 않고 완전히 통나무로 만든 것인지 굉장히 무거웠던 것이다. 인형을 지탱하기 위해 전신의 힘을 다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그녀는 더욱더 어리둥절해졌다.
“마네킹이 아니라 공예품일까? 아니라면 이렇게 무거운 것을 대관절 어디에 쓰지?”
툭.
기묘한 소리와 은근한 감촉. 아멜리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인형의 손이 있었다.
‘어라?’
아멜리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인형의 표정 없는 얼굴로 향했다. 턱 끝이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아멜리의 움직임과는 무관한, 인형 스스로의 움직임이었다.
움찔. 움찔.
‘이, 이건 말도 안 돼.’
목각 인형의 머리가 서서히 움직였다.
‘소장님을 불러야…….’
아멜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차분히 목각 인형에게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인형은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다.
스윽, 목각 인형의 머리가 90도로 돌아간다. 텅 빈 얼굴. 그러나 이상하게도 인형이 시선이 마주친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멜리는 인형의 존재하지 않는 입으로부터 흘러나온 목소리를 들었다.
-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