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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75610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7-09-18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봄 1 ― 13
봄 2 ― 14
봄 3 ― 16
마침 ― 17
웃는 여자 ― 18
치부 ― 20
토한 자국 ― 22
어제 생긴 라이터 ― 24
웅덩이 ― 26
엄마가 ― 28
세탁기를 돌렸더니 당신이 돌아왔네 ― 30
소녀시대 1 ― 32
소녀시대 2 ― 34
소녀시대 3 ― 35
소녀시대 4 ― 36
소녀시대 5 ― 38
제2부
성에 ― 41
숫돌 ― 42
저수지 ― 44
젖내 ― 46
때깔 ― 47
나무거울 ― 48
이 ― 50
이사 ― 53
계란형 ― 54
발원지 ― 55
글쓰기 좋은 시간 ― 56
복숭아 ― 58
제3부
눈물 ― 63
풍림아파트 106동 407호 ― 64
바로 그때 ― 66
정읍사 ― 68
겨울 골목 빵집 앞 ― 70
고래밥 ― 71
드림고시원 301 ― 72
아침이 올 때까지 ― 74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 76
엄습 ― 78
터질 ― 80
노랑노랑노랑 ― 81
그림자 ― 82
신호 대기 중 할증택시 ― 84
不在 ― 87
제4부
바통을 놓친 이어달리기 선수 1 ― 91
바통을 놓친 이어달리기 선수 2 ― 93
바통을 놓친 이어달리기 선수 3 ― 95
바통을 놓친 이어달리기 선수 4 ― 97
나비 ― 100
불편하면 여기서 나가도 좋다 ― 102
아무것도 아닌 데칼코마니 ― 104
놀이터 ― 106
Traffic cone ― 108
이런 식으로 서성이는 게 아니었다 ― 110
고백이 필요해 ― 112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 114
구연동화 워터월드 ― 116
새 ― 119
도라에몽과 딸의 재구성 ― 122
방어흔 ― 124
해설
정은경 봄, 데카당스의 서막 ― 126
저자소개
책속에서
웃는 여자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웃었다
너무 지쳐 오는 길에 한잔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개 안 되는 문장의 주어는 고객님이다
CCTV
그 속에서 웃고 있을 자신을 상상한다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앞에는
쓸데없이 손님들이 많다
문을 잠그고 창을 닫고
욕을 하며 잡히는 대로 집어던진다
매니큐어가 튀고 스킨로션이 터진다
침대 시트에 피가 흥건한 날도 있었다
거울 속에서 흘기고 있는 쟨 누굴까
헝클어진 모나리자 티슈처럼 웃었다
울었다 선풍기 목을 부러뜨렸다
스마트폰을 박살냈다
아침이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
8평 반 지하에서 온몸으로 드리핑을 완성한다
거울 조각 속 수많은 그녀가 운다
웃는다 마스카라처럼 흘러내린다
내일은 모처럼 쉬는 날이다 ***
풍림아파트 106동 407호
당신은 407호에 대해 잘 안다
방, 화장실, 거실 겸 방, 베란다
독신자 아파트 복도식 독립동
덜컹 현관문이 열리더니
할아버지와 손녀가 손을 잡고 나왔다
꼬부랑 할머니가 들어갔다
부부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알아들을 수 있는 욕지거리가 난무했다
베란다에 이불이며 옷가지가 잔뜩 걸렸는데도
소리가 소리를 넘어 위층으로 올라온다
쿵이 쾅을 넘어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복도에 모인 항아리와 화분들과 당신은
삼대가 함께 사는 가능성과 마주한다
당신은 애인 집에 얹혀살기도 하고
이혼한 엄마 남편과 밥을 먹기도 하고
작은방을 월세로 내놓기도 한다
독신자 아파트엔
아무도 혼자 살지 않는다 ***
뭔가 해명해야 할 것 같은 4번 출구
공중전화
코트를 입은 외국인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동남아시아 어디쯤
짧은 한숨 끝에 동전을 꺼낸다
사내는 좌우를 살피더니 급하게 걷는다
툭 종이 가방이 떨어진다
걸음을 무르고 재빨리 줍는다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단거리 주자처럼
몸이 심하게 앞으로 쏠린다
힐끔 뒤를 본다 걸음이 빨라진다
계단을 두 칸씩 밟고 오를 때
무심코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지하철 4번 출구를 나가는 중이었다
사내는 뭔가에 쫓기는 듯
계단이 끝나자마자 뛰기 시작한다
붙잡고 싶었고 물어보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을 쫓고 있는 기분
노동자로 보이는 외국인 한 무리가 내려온다
알아들을 수 없는 자음과 모음들이 부딪친다
이미 늦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