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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90951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2-12-2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은혜로 살아온 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며!
축하의 글 : 소설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수필을 위하여!
제1부 유년의 뜨락
하나. 옛집 생각 둘. 공원집 딸 셋. 첫 스킨십
넷. 나는 양식이 좋다 다섯. 할머니 사랑 여섯. 강아지 트라우마
일곱. 부모님의 18번 애창곡 여덟. 꼬마 친구들 아홉. 어머니의 일본여행
열. 달빛 수영 열하나. 로또우유
제2부 교단 산책
하나. 7년만의 애프터 서비스 둘. 교사가 가장 훌륭한 직업이라고
일깨워 주신 나의 스승님
셋. 봄꽃들의 합창 넷. 봄이 오는 길 다섯. 나를 아름답게 하는 아이들
여섯. 색칠놀이 일곱. 마지막 담임 여덟. 장미 한 송이
아홉. 최고의 선물 열. 우리반 싸움짱의 추억 열하나. 파랑새의 꿈
열둘. 은사님의 추억 열셋. 세 박자의 힘
제3부 병실 창가에서
하나. 503호 할머니들 둘. 잊을 수 없는 수치심 셋. 박수 받은 일
넷. 병실에서 지낸 설날 다섯. 간병사의 하루 여섯. 의사와 교사
일곱. 걷기의 축복 여덟. 병원 옥상에 간 날 아홉. 할머니 환자와 할아버지 환자
열. 처음 겪는 일
제4부 인생 수첩
하나. 시 낭송의 기쁨 둘. 가을을 떠나 보내며 셋.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넷. 감사투성이 다섯. 고마운 일만 기억하기 여셋. 감사 수첩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곱. 가슴에 품어온 마지막 작은 예배 여덟. 행복연구회
아홉. 어머니와 도시락 추억 열. 나를 키워준 스승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섯.
나를 아름답게 하는 아이들
이른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나는 컴퓨터의 전원을 켜며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하루는 출근하면 교실의 내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누르고 바쁘게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 다음 퇴근할 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컴퓨터를 종료하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가 끝나게 된다.
어찌 보면 마치 하루 종일 나의 모습은 직업이 클릭 맨 (항상 마우스를 클릭하는) 같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 교사들은 예전의 젊은 시절과 달리 컴퓨터는 내 친구이기보다 컴퓨터는 내 자석(magnet)처럼 되었고 요즘 우리 일터에서 컴퓨터가 없으면 정말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과거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아이들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지금 컴퓨터와 친밀한 아이들의 모습도 나에게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러나 예전의 아이들은 좀 더 자연과 가까웠고 요즘의 아이들은 기계와 더욱 친밀한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늘 있었던 것 같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고 지금 컴퓨터와 휴대폰이 발달한 요즘도 아이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현대사회가 점점 급변해 가면서 아이들의 모습도 컴퓨터같이 변화하여 갔다.
사실 예전에는 선생님과 방과 후에도 교실에 남아 선생님 일을 돕는 것을 즐거워하고 학급에 봉사하는 일을 남아서 잘 도와주던 아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들과 늦게까지 남아서 교실에서 같이 공부하고 일하기는 힘든 여건이다. 방과 후 활동이 늘어나고 학원차가 밖에서 기다리거나 아이들도 꽉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영어 배우기를 열심히 하면서도 정작 우리 한국말의 이해가 정확히 안 될 때의 에피소드는 너무 우습기만 하다. 다음의 예화들은 내가 직접 겪어보고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일들이다.
<예화 1>
항상 가을에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린다. 어느 날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알림장을 써 주셨다.
“내일은 운동회 총연습이 있습니다.”라고 써 주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담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가 보니 그 반의 많은 아이들이 장난감 총을 많이 가져와서 만지고 장난하며 교실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아침부터 놀고 있었다. 총연습을 총연습으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예화 2>
키가 아주 작은 옆반 여자 선생님이 결혼을 하시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신 며칠 후에 자기 반 아이들 교실에 들어갔다. 그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결혼 소문을 들었는지
“선생님! 결혼하셨어요?”
하면서 축하인사를 한 아이들도 많았는데, 그 중에 어떤 아이가 다가오더니 찡그린 얼굴로 말하였다.
“그것 참 이상하다......! 왜 선생님이 결혼을 하셨을까? 정말 이상하다!”
하는 것이었다. 그 담임 선생님은 너무 그 아이의 말투가 이상해서 왜 선생님이 결혼한 사실이 이상하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결혼은 커야 하는 것인데 선생님은 너무 작잖아요? 작은데 어떻게 결혼을 하죠?”
그 선생님은 (키가) 작아서 결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화 3>
4학년 국어 교과서에서 유관순 전기문을 학습하고 국어 시험을 보았다.
※다음 문장에서 밑줄 친 부분을 소리나는 대로 쓰시오
유관순이 아오내 장터에서 부른 독립만세의 불길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정답 : 불낄
그러나 아이들의 정답은 이렇게 나왔다.
훨훨, 활활, 우지끈 딱, 우지직, 뚝 뚝 딱, 화알~활
(불이 타는 소리를 그대로 써 버린 것이다)
이런 예화 말고도 그동안 현장에서 일어났던 아이들과의 즐거운 경험들은 아주 많다.
물론 아이들과 속상하던 적도 있었고 아이들 문제로 씨름하며 고생했던 날도 있었지만 시대가 흘러도 아이들은 나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는 소중한 인격체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귀한 아이들의 영혼은 항상 아름답다고 느꼈다.
특히, 올해 나는 발달장애가 1급 이상으로 매우 심한 자폐아동을 맡아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개별지도실의 특수교육담당 교사 선생님과 항상 자폐아 아이에 대한 교육을 의논하고 서로 토론 및 상담을 하며 통합교육을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늘 특수교육 책도 읽어보고 나름대로 그 아동을 관찰하며 같은 울타리인 교실 속에서 보통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내 생각보다 힘든 점이 많아서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하였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장애 아동으로 인하여 우리 반의 비장애 아동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으며 기꺼이 친구되어 도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를 아름답게 한다. 우리반 장애 아동은 자폐가 너무 심하여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된다. 날씨가 나쁘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은 괴성을 지르고 하루 종일 기운빠지게 힘들게도 하지만 기분이 좋은 날은 예쁜 미소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일하고 있는데 내 뒤에 살짝 와서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다. 그 아이도 요즘 시대의 아이라서 그런지 컴퓨터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다. 내가 잠시 한눈이라도 팔면 금방 선생님 마우스를 만지고 클릭하려고 시도해본다. 그러다가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자꾸 장난을 하여 내가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아이들을 향하여 잔소리를 하고 꾸짖었는데...... 글쎄 이 아이가 내 옆에서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였다
“선생님은 컴퓨터나 하세요...!”
순간 나는 너무 깜짝 놀라서
“너 지금 뭐라고 했니? 다시 말해봐라. 분명히 지금 너가 말한 거지? 우리 민진이 목소리도 잘 못듣고 살았는데 분명히 말을 했구나! 그렇지?”
하고 이야기 하니 무표정한 얼굴로 더 이상 말은 나오지 않았다. 처음 들어본 그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어쩌다 한 문장 나온 것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 없었다. 우리 반 민진이의 말문을 열게 한 것을 보니 역시 컴퓨터는 위대한가 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다시 컴퓨터의 클릭맨이 되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아이들 속에서 나는 <나를 아름답게 하는 기도> 라는 시를 조용히 음미해 본다.
** 나를 아름답게 하는 기도 **
날마다 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써/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마음을 가난하게 하여 눈물이 많게 하시고/
생각을 빛나게 하여 웃음이 많게 하소서.
인내하게 하소서./ 인내는 잘못을 참고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닫게 하고/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인내이게 하소서.
용기를 주소서./ 부끄러움과 부족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주시고 용서와 화해를/ 미루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음악을 듣게 하시고 햇빛을 좋아하게 하시고
꽃과 나뭇잎의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하소서.
누구의 말이나 귀 기울일 줄 알고/ 지켜야 할 비밀은 끝까지 지키게 하소서.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게 하시고
그 사람의 참 가치와 모습을 빨리 알게 하소서.
사람과의 헤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하소서.
나이가 들어 쇠약하여 질 때도 삶을 허무나/ 후회나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시고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지혜와 너그러움과/ 부드러움을 좋아하게 하소서.
삶을 잔잔하게 하소서./ 그러나 폭풍이 몰려와도
쓰러지지 않게 하시고/ 고난을 통해 성숙하게 하소서.
건강을 주소서./ 그러나 내 삶과 생각이
건강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소서./ 질서를 지키고 원칙과 기준이 확실하며
균형과 조화를 잃지 않도록 하시고/ 성공한 사람보다 소중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언제 어디서나 사랑만큼 쉬운 길이 없고/ 사랑만큼 아름다운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늘 그 길을 택하게 하소서.
(이 글은 <한국교원단체>에서 발간한 2008년 제56회 교육주간 수기 공모작품 <선생님들의 작은 이야기> 책에 실린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