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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147960
· 쪽수 : 290쪽
· 출판일 : 2019-12-02
책 소개
목차
1부 탯자리의 옛 추억
평다리에서 태어나다 (1943~1948)
전쟁통에 시작된 국민학교 (1949~1955)
세상으로 나아가다 (1956~1961)
첫 발령과 군대 생활 (1962~1968)
2부 교사로서의 소명을 살다
함평: 우리들은 어린 음악대 (1968~1977)
섬 학교에서 꿈을 꾸다 (1978~1981)
교육에 대한 열정으로 버텨온 세월 (1982~1988)
오고 싶은 학교, 머물고 싶은 학교 (1989~2003)
꽃망울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2004~2006)
3부 퇴직 이후의 삶
색소폰 입문기
봄날은 간다
고향 집에 가면 나는 농부가 된다
4부 내가 사랑한 사람들
하나님 감사합니다
‘잿불처럼’ 가신 아버지
내가 쓰는 주례사
아들딸에게 전하는 자녀교육의 6가지 원칙
5부 아버지를 思하다
잔잔한 호수 같은 나의 아버지
저는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딸입니다
아낌없이 주시다
책속에서
어린 시절, 증조할머니가 해주신 무김치가 너무도 맛있었다. 겨울이면 무를 깍두기 모양의 사각형으로 썰어, 고춧가루와 참기름으로 무쳐 주셨다. 겨울 무의 달콤함과 무 특유의 사각거림이 양념에 배어든 오묘한 매콤한 맛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 또 할머니는 가족 사랑이 남달랐다. 할머니는 집안 식구들 생일이 다가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시루에 떡을 쪄서 촛불을 켠 후 가족들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였다. 나를 위한 기원이 특별히 기억난다.
“천지신명님, 경주 정씨 가문의 우리 용대 잘되게 해주십시오.”
큰딸 출산을 지켜보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철민의 출산 때는 모든 일을 내가 다 했다. 조산원이나 양호 선생님, 춘미 어머니의 도움 없이 사택에서 내가 다했다. 먼저 방바닥에 비닐을 깔고 아내가 분만을 잘할 수 있도록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가위, 지혈감자 등을 물로 팔팔 끓여 소독했다. 곤로에 물을 끓여 뜨거운 물을 만들었다. 애기가 “응애” 하고 세상에 태어났다. 태를 실로 묶어 아이 배꼽과 태를 분리했다. 아내를 한쪽 방에 대기하게 하고 어지럽혀져 있던 출산의 현장을 금방 정리했다. 미역국을 끓여서 아내에게 주었다. 저녁 내내 빨래를 했다.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색소폰의 소리가 늘 귀에 맴돌았다. 그 소리가 두려움을 이겼다. 색소폰을 하기로 했다. 색소폰의 길로 들어가야 할 인연이었다. 폐에 좋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실제 색소폰을 연주하니, 폐활량이 더 좋아져서 폐가 더 강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의 생각은 ‘기우’였다. 가끔 기우에 주눅 들어 모험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그것은 즐거움의 세계를 지레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