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8285549
· 쪽수 : 622쪽
· 출판일 : 2022-03-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리버스는 총경이 술을 따르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곡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소리였다. 위스키는 게일어로는 Usquebaugh다. Uisge는 물, beatha는 생명. 생명의 물이다. Beatha는 ‘birth(탄생)’처럼 들린다. 리버스의 머릿속에서는 각각의 술잔이 하나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의사가 계속 말했듯이, 각각의 잔은 곧 작은 죽음이기도 했다. 그는 잔을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음미했다.
“좋은 친구를 또 보내는군.” 농부가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방 안에 유령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리버스의 시야 바로 주변이었다. 유령들의 두목은 잭 모튼이었다. 옛 동료였던 모튼은 3개월 전에 죽었다. 버즈*. <그는 내 친구였다(He Was a Friend of Mine)>. 그 친구는 매장을 거부했다. 농부는 리버스의 눈길을 따라갔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잔을 비우고는 병을 멀리 치워놓았다.
“조금씩 자주 마셔야지.”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마치 위스키가 그들 사이에 흥정을 붙인 듯이 말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닐세.”
“무슨 방법 말씀입니까, 총경님?” 잭은 창유리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리버스는 에든버러로 돌아가면서 헬렌 커즌스와의 대화를 곱씹었다. 리버스가 생각하고 있던 데이먼의 이미지와 크게 다른 얘기를 하지도 않았고, 실종된 날 밤에는 아예 클럽에 없었다. 친구들과 외출했기 때문이었다. 금요일 밤이면 으레 그랬다. 데이먼은 ‘자기 패거리들’과 헬렌은 ‘가시나들’과 함께 놀러 나갔다. 리버스는 데이먼의 친구 중 하나와 이야기를 했다. 나머지 친구들은 외출 중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리버스는 포스 로드 브리지를 가로지르면서 파이프주가 ‘파이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표지판 위에 새기기로 결정한 파이프주 상징물인 포스 철교에 대해 생각했다. 그 자체로 주를 상징한다고 하긴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파이프는 에든버러로 가는 통로거나 에든버러에 부속된 도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캐리 오크스는 다시 씩 웃었다. 날마다의 싸움에서 이렇게 작은 승리라도 거두면 반응이 절로 나왔다. 입을 연 교도관은 ‘손더스’라고 쓴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흥분하기 쉬운 성격 같았다. 오크스는 실눈을 뜨고 저 콧수염 난 얼굴이 맹글에 눌리는 것을, 저 얼굴을 전부 맹글에 통과시킬 때 필요한 힘을 상상했다. 오크스는 배를 문질렀다. 교도소의 형편없는 음식에도 불구하고 배에는 군살이 거의 없었다. 채소와 과일, 물과 주스만 고집했다. 머리를 항상 맑게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재소자들 상당수는 엔진은 돌고 있지만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 이도저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갇혀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 그렇게 될 수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 된다. 오크스는 세상일에 눈을 떼지 않았다. 신문과 잡지를 구독했고, TV의 사건 사고 보도를 시청했다. 그 외의 것들은 피했다. 몇 가지 스포츠는 예외였지만 그조차도 일종의 마취제였다. 화면 대신 다른 죄수들의 얼굴을 보았다. 눈꺼풀은 거의 감겼고, 집중력이라고는 간 데 없고, 그저 아기들처럼 떠먹여주는 밥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위장과 두뇌는 뜨끈한 꿀꿀이죽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