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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286393
· 쪽수 : 362쪽
· 출판일 : 2023-10-31
목차
제1부 태어남
외갓집, 나는 그곳에 가련다 / 중학 시절 / 태어남 / 아버지와의 추억 / 유년 시절과 어머니 / 고향마을 / 어느 화창한 봄날의 영심이 / 할머니의 촛불 / 불 끄고 조지기 작전 / 껌 / 들판이 부른다 / 장맛비
제2부 아버지의 목욕
이게 뭘까 / 6년의 세월은 길에 있었다 / 소를 생각하다 / 쥐를 잡던 시절 / 은빛 자전거 / 독초 이야기 / 모를 심던 시절 / 아버지의 목욕 / 5월이 부른다 / 세상을 푸르게 그리다 / 키를 쓰던 날 / 아침이 있어 좋다
제3부 1984년을 노래하다
군자란이 피어날 때까지 / 무등산 수박 / 낮달은 언제 뜨는가 / 두 집 살림 / 떨어지는 꽃이 되다 / 애완견에 관한 단상 / 파주를 찾아서 / 1984년을 노래하다 / 여의도가 부른다 / 나는 자연인이다 / 예정된 성공을 위하여(대치동 일타강사 이지영 쌤) / 아까운 사람
제4부 마실
단학(丹鶴) / 저 달빛은 알고 있다 / 멀어져 가는 친척 / 마실 / 길에 서서 / 기구한 운명의 춘원 이광수 / 보리타작 / 밥의 시대는 지는가 / 비가 오면 / 산과 들판을 누비던 지게 / 잊혀진 꽃나무, 그 아름다운 부겐베리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공부보다도 당장 어머니는 밭을 잘 매고, 아버지는 쟁기질을 잘 하고, 동물을 좋아했던 나는 토끼를 잘 길러서 시장에 내다 팔면서 거기에 순응하고 있었다.
남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 나는 어떻게 하면 토끼의 숫자를 늘리는 데 온통 관심이 있었다. 나의 묘안은, 그러나 적중했는지 뚜렷하지는 않았다. 나는 수십 마리 토끼들의 임신 주기를 벽에 일일이 기록했으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교미를 통해 새끼가 나온다는 것쯤을 안 이상 나는 생물학 전공자처럼 앞서가려 했다. 바로 발정도 없는 토끼를 꺼내 강제로라도 토끼의 꼬리를 끈으로 묶어 귀 쪽으로 잡아당긴 다음, 수컷의 토끼를 올라타게 함으로써 임신을 도모했다. 무조건 수컷의 호르몬 체가 암컷의 내부에 닿으면 새끼가 생길 것 같아서였다. 확실치는 않아도 그렇게 하다가 운 좋게 새끼가 생긴 적도 있는 듯했다.
나는 토끼의 귀를 잡고 매번 뱃속을 더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몇 마리가 들었나 세어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그러다 뱃속의 새끼가 며칠 있으면 나올 것인지를 스스로 알아냈다.
손을 대면 뱃가죽에 울퉁불퉁 새끼들이 만져지면 나는 볏짚을 넣어주곤 했다. 관심이 조금만 늦어도 토끼들은 스스로 앞가슴의 털을 뽑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