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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476053
· 쪽수 : 217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 장 · 떠남의 시작
파리, 뉴욕의 한 달
질문하는 용기
어느 직장인
스물아홉의 결심
혼자 떠난 유학
제 2 장 · 스물아홉, 떠남
당당하게 운 카페 Un caffe
따뜻한 날, 따뜻한 사람
자전거 타고 오페라를
소도시, 작은 여행
겨울여행의 발견
사람과 희망
제 3 장 · 커리어, 떠남
다시, 밀라노
치유의 도시
스스로 하는 선택
워킹맘이 된다는 것
내 안의 보석을 찾아서
견디거나 거절하거나
고흐와 함께
내 색깔로 일하기
제 4 장 · 다시, 떠남
이상한 나라
잠시 여행 좀 다녀올게
재회, 이탈리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우연히 만난 예술
일의 의미
최후의 만찬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 법
오리지날리티
자기답다는 건
제 5 장 · 모든, 떠남
퇴사 후 세계여행
아빠의 사랑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그냥, 떠나요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근본적인 문제는 그녀가 아니었다. 허술한 지지대는 금방 밑바닥을 드러냈고 존재하는 공간의 얄팍함을 느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곳을 떠나는 건 철저한 내 자유의지였다. 하지만, 떠나지 않았고 동시에 떠나지 못했다.
“아니, 이렇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려고?” 부모님의 기대까지 핑계 삼아 정작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다. 문제의 해답은 자신이 찾아야 하는 법이었다. 나약해진 마음은 괜한 타인의 응원을 지나치게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쓰라린 곳에 소금을 뿌려댔다. 타인도 나 스스로도.
불.합.격.
며칠을 꼬박 침대에 누워있었다. 졸업식도 마다하고 달려왔는데 모든 의욕이 한 순간 몸에서 빠져나가는 듯 했다. 다른 대안은 생각한 적이 없었다. 자만했음을 인정해야했다. 서른,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우기에 손색이 없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도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어디든 인연이 있는 곳이 있을 거라는 묵직한 믿음이 있었다.
인사발령에 본인의 의지나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결정사항을 통보하기 전에 의사를 묻는 절차였다. 아무 의미도 없었다.
어쨌든, 친밀감을 느끼고 애정을 쏟는 일은 적당히 했어야 했다. 마치 첫사랑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듯, 허탈한 마음을 극복할 방법이 묘연했다.
돌이켜 보면 모두 내 욕심이었다. 회사 일을 내 것으로 착각했다. 실익을 따져 계산하고 그 만큼만 관계를 맺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마음은 대체 어떤 걸까. 난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일단 문제를 피하지 않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마음이 조금씩 담담하고 고요해졌다. 환송회를 했다. 정든 매장 스태프 분들과 팀 사람들과 헤어지던 그날, 먹먹한 마음을 행여나 들킬까봐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