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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487110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3-05-10
책 소개
목차
2장_051
3장_093
4장_131
5장_167
6장_195
7장_229
8장_265
9장_297
10장_331
11장_363
12장_403
저자소개
책속에서
담시는 두 손으로 채련의 얼굴을 떠받치며 그녀의 얼굴을 열렬하게 애무했다. 숨을 죽이고 서 있던 채련도 담시의 허리를 껴안고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가슴속이 뜨거워지며 울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감성은 아름답다. 그것은 생명이고 살아 숨 쉬는 감정이다. 채련 자신도 담시처럼 지성이니 이성이니 하는 단어들만 제단 위에 올려놓고 그것만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살아왔다. 비록 지성이나 이성이 고귀하다 해도 그건 죽은 나무의 등걸처럼 생명이 없다. 생명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은 죽음의 그림자다. 채련은 자신의 생명이 한 번도 빛나게 살아 숨 쉬지 못하고 죽음의 그림자 뒤에 가려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련은 담시의 뜨거운 애무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생명이 소생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담시의 생명 역시 자신에 의해서 완벽하게 소생되기를 빌었다. 그와의 만남은 육신이 아름다움일 뿐 아니라 위대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추하고 혐오스럽고 죄의 근원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육신이 아름답고 신성하게 느껴졌다는 건 채련으로서는 하나의 경이였다.
“자네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만일 최상의 선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그것만 주장하지는 말게.”
노 교수는 흰 수염 위에 자신의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열심히 주의 주장을 피력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선(善)만 존재하는 결과를 보려는 극단적인 생각보다는 선 쪽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게. 악을 없애버리고 선만 두겠다고 생각하면 투쟁이 생겨. 악은 선을 있게 하는 연동 작용이니까. 악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발전하지 못하도록 하게.”
노 교수의 말을 들은 정 교수는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채련은 노 교수의 말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 특히 악은 선을 있게 하기 위한 연동 작용이라는 말은 그녀가 의심을 품어 오던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