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8501045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4
1부 사랑
‘장기 적출’ 커플 • 10
진눈깨비 • 13
한밤의 셰익스피어 • 16
h와 H 사이에 놓인 남자-『햄릿』 • 19
피리 • 23
포도주 • 27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 - 『헨리 4세』 • 31
적출 혹은 누출 • 34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내 몸속 장기가 흘린 눈물이 내 양 볼을 적실 수 있을까 • 36
사랑하는 나와 사랑받는 나 - 『오셀로』 • 40
가면 • 43
“그대는 내게 진실을 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 48
목소리 • 52
“저는 제가 아니에요” - 『십이야』 • 55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 60
사과꽃이 떨어지는 소리 • 65
만남 • 70
삶에 묶인 끈을 당길 때 • 73
“내 행위를 알려면 나를 몰라야 할 것이오” - 『맥베스』 • 77
내 조바심과 불안을 가져간 여인 • 86
2부 가족
주삿바늘을 피해 숨는 혈관 • 92
관상동맥 - 『로미오와 줄리엣』 • 95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 101
흰 건반과 검은 건반 - 『베니스의 상인』 • 107
결론에서 결론으로 우리를 이끄는 이야기들 • 119
시작과 끝,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 • 127
치명적인 맥락, 가족 • 132
아버지의 발바닥 - 『심벨린』 • 137
다시 ‘장기 적출’ 커플 • 141
처음을 위한 깜빡과 마지막을 위한 깜빡 • 149
‘밖’이 ‘안’이 되고, ‘안’이 ‘밖’이 되는 - 『리어 왕』 • 157
감수성이 균열을 감지할 때 • 164
나처럼은 살지 않겠다 • 170
‘우리’와 ‘그들’ • 177
‘우리’가 되기 위해선 마법이 필요하다 - 『템페스트』 • 181
마법의 섬과 거기서 거기인 삶 • 186
나쁜 꿈 • 191
“다음에 다시 봐요 우리” • 195
참고하거나 인용한 책들 • 19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면을 함부로 벗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사랑받는 ‘나’로서의 가면이든, ‘주어’로서의 가면이든. 삶을 살아내는 것이 ‘주어’가 아니라 순전히 ‘나’ 자신이고, 사랑을 하고 받는 것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 왜냐하면 가면을 벗는 즉시 연극은 끝나고 부랴부랴 막이 내려지니까. 귀족은 귀족으로 살다 죽고, 배우는 배우로 살다 죽는 것이 생명인 그 연극. 광대는 끝까지 광대여야만 하고 하인은 끝까지 하인이어야 하는 그 연극. (...) 가면은 솔직해지기 위해 벗는 것이 아니다. 연기를 끝내기 위해 벗는 것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기 위해 벗는 것이다. 나는 너를 모른다, 네 이름도 모르고 너를 본 적조차 없다.
자신의 삶에 묶인 끈을 잡아당길 때는 신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끈을 잡아당기는 순간 나 또한 당겨지기 때문이다. 당겨진 나는, 당겨지기 전과는 전혀 다른 나일 수도 있다. 『맥베스』는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는 희곡이다. ‘당겨진 나’와 ‘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기 몫의 끈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깨달은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
그렇게 생각하니 『로미오와 줄리엣』의 승자는 에스칼루스 군주가 아니라 이름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써야 할 왕관이 이미 종아리의 낡은 혈관으로 대체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기껏해야 『베니스의 상인』의 안토니오와 포셔가 되어 조울증을 앓거나, 더 늙어서는 『리어 왕』의 노망 든 왕 리어가 되리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하여 그들은 ‘나’도 버리고 ‘주어’도 포기한 채 사랑을 선택한 것이리라.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