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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8660612
· 쪽수 : 343쪽
· 출판일 : 2023-11-22
책 소개
목차
1화 그와 그녀의 품격있는 재회
이야기 하나, 남자를 나눠가진 여자들_고명주
2화 그와 그녀의 비밀
이야기 둘, 안 되는 거 없고, 못 하는 거 없는 ‘막장 조작단’_지은
3화 삼각관계
이야기 셋, 귀혼_남오은
4화 막장의 품격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국장이 작업실을 나서자마자 윤정은 집필실로 들어가며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다. 들어오지도, 자신을 부르지도 말라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재범과 영지가 깜짝 놀라며 긴장하자 지 감독이 너스레를 떨며 회의 테이블에 앉았다.
“내가 설명할 테니까 선생님은 좀 혼자 계시도록 두고……. 자, 이름들이 어떻게 되시나?”
“박재범입니다.”
“유영지예요, 감독님, 잘 부탁드려요.”
“나야말로 잘 부탁합시다. 앞으로 같이 헤쳐 나가야 하니까.”
지 감독의 말에 영지가 눈을 반짝였다.
“같이요……?”
“어, 이 작가님이 쓰고 내가 연출하기로 했으니까, 두 사람이 자기 역할 잘해 줘야 대박이 나겠지?”
“어머머머머, 진짜 두 분이 같이하시기로 한 거예요? M본부에서? 그래서 최 국장님이 같이 오신 거구요?”
“응, M본부 가을 미니.”
“가을이면…… 남은 시간이 8개월 정돈데 가능할까요? 요즘 캐스팅만 해도 1년씩 걸린다는데.”
“캐스팅된 거 들어가는 거야.”
“캐스팅이 되다니요? 대본도 없이 어떻게?”
“저는 막장의 키워드를 뽑다가 결국은 ‘복수’를 남겼습니다.”
“그렇지.”
재범의 이야기에 지 감독은 강한 동의를 보여 주었다. 그 모습에 초조해진 영지가 바로 말을 낚아챘다.
“어쨌거나 드라마에서는 남자가 배신하고 여자가 복수하는 방향이어야죠?”
이번에는 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 배신은 주로 남자가 한다고 봐야지. 진화심리학적으로도 그렇고, 관계가 깊어지면 여성 쪽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강하니까.”
“통념이 그렇다 해도 이 작가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지 감독이 다소 비웃음이 담긴 듯한 뉘앙스로 말하며 윤정을 보았다. 윤정은 마치 지 감독의 이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시선을 돌려 지 감독을 보며 말했다.
“제가…… 왜요?”
그 차분하고 우아한 반응에 지 감독의 능글거리던 웃음이 지워졌다.
지 감독은 이렇게 재회하기 전에 윤정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도 윤정의 표정은 지금과 같았다.
차분하고 우아하고…… 차가웠다.
그런 시선 앞에 지 감독은 마음을 다해, 모든 열정을 담아 매달렸다.
─우리 이제 진짜 마음 놓고 사랑할 수 있다구! 네가 그렇게 원했던 것, 마음 놓고 손잡고 다니고, 영화관 가서 영화 보고, 브런치 먹으러 다닐 수 있어! 혼인 신고 당장 할 수 있다니까!
지 감독을 바라보고 있던 윤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질구질해지지 마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