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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694662
· 쪽수 : 77쪽
· 출판일 : 2020-06-05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매일같이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예를 들자면 A와의 연애가 끝나자 A를 통해 받아온 사랑을 잃었고 A라는 존재를 잃었다. 오늘 A와 헤어져서 아팠고, 아마 내일 역시 아파할 것이다. 고통의 시간이 유지되는 것은 내일뿐만 아니라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1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의 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잃었다는 것을 통해 겪는 수만 가지 감정은 단조롭게 끝나지 않았다. 잃어버렸다고 깨달은 날 하루에 모든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다. 친구를 잃어버린 지 9년이 지나도 처음 그날처럼 여전히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것처럼. 그렇게 계속 계속 사랑을, 사람을, 수많은 것을 잊지 않고 잃어간다. 생각보다 꽤 많은 걸 잃으며 살았다. 그에 따른 고통이 있었다면, 마음껏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멈춰진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남은 자투리 마음들을 주워모아 조각조각 꿰매어보며 어쨌든 이것이‘우리’라 단정 짓고 싶었다. 더 이상 다가오는 어떠한 감정도 없는데 나는 하염없이 그 옛 길에 떨궈진 추억들을 주워담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 걸었다. 이미 시간은 달라졌고 갈라질 만큼 갈라져 더 이상 뒤틀릴 간격조차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조금 더 가까이 느꼈다. 이렇게 지내면 모든 게 괜찮아질 날이 올 걸 아니까,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난 시간들을 암만 뒤져봐도 바로잡아야 하는 내 시작점을 찾기가 어렵다.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길이라 하던데, 나는 미처 그 뜻도 모른 채 빛을 피해 눈을 가리고만 살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무척이나 괴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