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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8862283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사막의 우리집 001
리뷰
책속에서
한순간 한순간, 이 약속을 지키면서 쌓아온 신뢰. 함께 산책을 하고, 태어난 새끼를 안아볼 수 있게 해줬을 때 느꼈던 기쁨은 정말 각별했어요. 멀리 보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일순간 경계하다가도 그게 우리라는 걸 알면 마치 ‘난 또 누구라고’ 하는 듯 긴장을 푸는 가젤들을 보면 얼굴에 미소가 절로 흐릅니다.
기온이 50도에 가까운 한여름의 사막에 어린 강아지 2마리가 남겨져 있는 거예요. 이렇게 된 이상 데려가는 수밖에 없지 하며 집에 들이기로 했습니다. 그후론 새벽마다 사막으로 산책을 나가는 일이 일과가 되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어요.
계절에 따라 하늘의 색도 사막에 남는 발자국도 달라진다는 것,
아침에 보름달이 고요하게 지평선 너머로 진다는 것,
서쪽 하늘에서는 보름달, 동쪽 하늘에서는 아침해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
사구에서 보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 특유의 짙은 안개가 너무도 아름답다는 것,
사막에도 작지만 색색깔의 꽃이 핀다는 것,
식물에 남아 있는 작은 아침 이슬이 사막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는 것,
나가는 길에 두 녀석이 흘리고 간 분실물(응가)을 돌아오는 길에는 이미 쇠똥구리가 깨끗하게 청소를 해둔다는 것,
아무것도 없는 듯 보여도 이 사막에는 많은 생명이 숨쉬고 있다는 것.
만약 이 두 아이들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일도 있을 겁니다. 티니와 타이니 덕분에 사막이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차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고양이와 살게 되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자기 이름은 물론 다른 이들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도, 왜 혼내는지 안다는 것도, 인간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사막을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어요. 이쯤 되니 인연 있는 고양이들이 하나둘 우리집에 찾아오기 시작했고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구입하는 고양이 사료의 양도 엄청나서 엥겔 지수가 매우 높은 가정이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이렇게 많으면, 고양이를 칭찬하고 혼내고 걱정하고 고민하고 웃다가 하루가 다 가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