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982028
· 쪽수 : 166쪽
· 출판일 : 2018-04-17
책 소개
목차
서문 ▪ 4
# 1
세월은 그래저래 약인 겁니다
세월은 그래저래 약인 겁니다 ▪ 11
낭패를 보지 않는 법 ▪ 22
죽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 26
소 등에 앉아 소를 찾다 ▪ 32
태권도 품새 유감 ▪ 37
세월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 ▪ 42
클레오파트라의 진짜 매력 ▪ 45
하루살이와 매미의 시간 ▪ 48
나무에 매달린 홍시 하나 ▪ 51
성공의 키워드가 뻔한 이유 ▪ 54
민들레꽃을 피우는 강아지똥 ▪ 56
성(性)을 말하라 ▪ 59
# 2
돌아서 가도 괜찮습니다
그냥 걸어보라 ▪ 65
머리를 텅 비워보라 ▪ 68
상춘완보(賞春緩步) ▪ 74
밤의 적막, 인왕산 길 ▪ 76
내리는 비마저 아름다운 정동 길 ▪ 83
도도히 흐르는 한강 길 ▪ 87
벗을 찾아가듯 걷다 ▪ 93
환향녀의 슬픔이 깃든 홍제천 ▪ 97
같은 길을 네 번 가보라 ▪ 103
# 3
야구로 배우는 인생
프로야구계의 3김 이야기 ▪ 111
웬만하면 내버려둔다 ▪ 119
권리 앞에서는 양보 없이 ▪ 121
선수와 살아가는 법 ▪ 124
반항아를 길들이는 법 ▪ 128
때로는 뚝심으로 밀어부쳐라 ▪ 131
야구 선수에게 요구할 건 야구뿐 ▪ 133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는 법 ▪ 136
전력투구만이 최고는 아니다 ▪ 139
3김은 어떻게 사람을 쓰는가 ▪ 142
리더십 전쟁 1_ 김응용과 김성근 ▪ 153
리더십 전쟁 2_김인식과 김응용 ▪ 157
3김의 야생유전(野生流轉)과 한화 ▪ 161
저자소개
책속에서
대추나무는 애써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잘 자랄지도 의심스러웠지만 죽는다 한들 안타까울 것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 굵고 튼실한 놈을 새로 사다 심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만 원이면 1년을 살 수 있는데….
볼 때마다 눈총을 쏴대도 대추나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두고 보라는 듯 몸집을 차근차근 불려 나갔습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도 쉬는 법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돌아보면 커있고 다시 보면 어느새 또 클 수는 없었겠죠.
5년이 흘렀습니다. 제법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몇 년, 거짓말처럼 대추가 달렸습니다.
세월은 쓰는 사람의 몫입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있어도 쓸 줄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습니다. 국화는 주인을 잘못 만나 애꿎게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마당 한켠에 이른 봄부터 짙푸른 잎을 달고 있는 풀이 있었습니다. 심은 기억은 없지만 흔한 잡풀 같지는 않아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여름이 다가고 가을이 와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꽃도 못 피우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왠지 더 지저분해 보여 10월 초쯤에 잘라버렸습니다.
이듬해 그 자리에 또 녀석이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일찌감치 없앨까 하다가 하는 짓이 범상치 않아 못 본 척했습니다. 지켜보는 것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니니까요.
세월은 그렇게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허투루 가는 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쉬고 있는 것 같아도 늘 다음 세월을 준비합니다. 보통은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이 맞겠죠.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 쓰는 게 맞겠죠. 하지만 더러는 때가 오기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는 듯합니다.
느린 세월도 의외로 꽤 있습니다.
기약이 없다는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오는 세월은 반드시 옵니다.
8~9월의 그 험한 태풍을 몇 차례나 맞고도 국화는 끄떡없었습니다. 모양새가 좀 흐트러진 게 안쓰럽고 흐느끼면서도 잘 견딘 녀석이 대견해 뒤늦게 받침대를 세우고 단단하게 묶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보니 꽃대 절반부가 꺾여져 있었습니다. 그다지 큰 바람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흔들리는 것은 흔들리게 해야 버틸 수 있는 법인데 흔들리지 못하게 막아버려서 일이 터진 것이었습니다. 흔들려야 할 세월에는 흔들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