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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근대개화기
· ISBN : 9791188990443
· 쪽수 : 584쪽
· 출판일 : 2019-10-27
책 소개
목차
책을 시작하며
1부 가족 : 한국영화 표상의 출발점, 가족
1장 어머니 - 〈마음의 고향〉(1949)에서 〈미쓰백〉(2018)까지
‘모성’이라는 이데올로기 | 해방 이후 근대적 모성의 구성 | 재건의 이념과 시험받는 모성 | 민족의 어머니, 근대 여성이 지닌 미덕의 총화 | 모성의 이중성과 본질주의적 모성성 | 살인하는 엄마들과 ‘지뢰밭 모성’ | 모성성의 열림과 공적 영역으로의 확장
2장 아버지 - 〈심청전〉(1925)에서 〈화이〉(2013)까지
아버지의 이름만으로 | 전후 재건과 아버지의 귀환 | 가부장제와 근대적 가치의 충돌 | 산업화 속 무력한 아버지 | 살부의 윤리와 이분법의 균열 | ‘아비 살해’의 급진적 정치성
3장 오빠 - 〈아리랑〉(1926)에서 〈베를린 리포트〉(1991)까지
‘옵바’의 딜레마 | 근대 가부장으로서 장남 | 가족과 연인 사이의 파토스 | 장벽 붕괴와 오빠의 귀환
4장 누이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1939)에서 〈꽃잎〉(1996)까지
누이, 죽거나 팔리거나 | 한의 분출과 복수의 향방 | 집 나가는 누이, 추동하는 누이 | 피고 지고 다시 피는, 넋으로 떠도는 누이
2부 국가 : 냉전시대 ‘국가들’의 표상
1장 일본 - 〈현해탄은 알고 있다〉(1961)에서 〈허스토리〉(2018)까지
숙적이자 전략적 우방 | 한일관계에 대한 성찰적 인식 | 관습적 이분법의 약화와 한일협정 이후의 경색 | 식민지시기 전쟁의 후경화와 액션 장르 | 활극의 상상과 흔들리는 적 | 일본이라는 아버지로부터 벗어날 때 | 민족의 이름으로 사랑을 방패로 삼다 | 학병 탈주 서사와 『청춘극장』 | 일본제국, ‘청춘대로망’의 운명적 배경 | ‘왜색’ 검열과 일본 재현 | 탈냉전시대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전면화 |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반복해서는 안 되는 지점에 대해
2장 미국 - 〈불사조의 언덕〉(1955)에서 〈이태원 살인사건〉(2009)까지
미국의 양가성 | 기독교 해방군으로서 미군 | 여성, 한미동맹의 매개 | 기지촌, 타락이자 기회 그리고 근대적 충동의 공간 | 아메리칸 드림에서 반미영화로 | 미국이라는 숙주와 386세대 | ‘이태원 살인사건’이 남긴 것 | 386세대의 한계, 혹은 이분법의 맹점
3장 북한 - 〈피아골〉(1955)에서 〈웰컴 투 동막골〉(2005)까지
그들의 ‘흉터’ | ‘인격화’라는 금기 | ‘사람’으로서의 좌파, 피해자로서의 ‘우리’ | 장르 문법의 우위와 표상의 다양화 | 흉터, 객관화되지 못한 트라우마 | 경계의 붕괴, 그리고 웃음을 동반하는 적
3부 민주주의 : 3·1운동으로 건립되어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1장 3·1운동 - 〈유관순〉(1948)에서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까지
3·1운동과 유관순 열사 |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과 ‘순국처녀 유관순’ | 순결과 형극의 영웅 도식과 그 그늘 | 민주주의 이상을 품은 학생 유관순
2장 광주민주화운동 - 〈오! 꿈의 나라〉(1989)에서 〈택시운전사〉(2017)까지
‘푸른 눈의 목격자’와 무구한 ‘그들’ | ‘독일 비디오’에서 〈26년〉까지 | 영웅서사와 멜로드라마의 변주 | 노스탤지어로서의 여성과 훼손의 범인들 | 소시민의 각성과 광장의 윤리 | 망각의 알리바이와 ‘우리들’의 참회
3장 6월 민주항쟁 - 〈변호인〉(2013)에서 〈1987〉(2017)까지
‘6월 민주항쟁’ 이후 | 〈변호인〉의 징후 | ‘역사성과 대중성’이라는 해묵은 화두 | 혁명드라마, 그 이상의 서브플롯 | 실질적 주인공 ‘박 처장’과 폭력의 생리 | 변혁의 원동력, 청년 감성 | 역사적 장면 포개놓기와 부단한 균형 감각
4장 법치주의 - 〈검사와 여선생〉(1948)에서 〈소수의견〉(2015)까지
법의 표상으로서 ‘법정’ | 증거와 이성보다 인정의 윤리 | 법의 두 얼굴과 눈물의 봉합 | 법의 관용과 근대화 프로젝트 | 법보다 반공(反共), 추리의 불가능성 | 법정 멜로드라마에서 법정 추리물로 | 법보다 자본의 시대, 균형적 역학의 필요성 | 99퍼센트의 입장에서 권력의 책임을 묻다 | 법정영화의 후발(後發)과 한국 근대화의 특수성
4부 여성 : 여성, 관습 안에서 관습을 넘어서온 예외자들
1장 첫사랑 - 〈맨발의 청춘〉(1964)에서 〈건축학개론〉(2012)까지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첫 번째 사랑이 평생의 사랑 | 불치병과 불가역의 청춘 | 훼손의 트라우마에서 경계 없는 사랑으로 | 현실 장애에 순응하며 웃어넘기다
2장 무당 - 〈고려장〉(1963)에서 〈태백산맥〉(1994)까지
붉은 무복에 빗갓을 쓴 여인이 작두를 타다 | 야만과 미몽, 근대적 가치의 대척점 | 운명에 대한 순응과 여성의 욕망 | 불가사의, 그러나 현실적 존재 | 약해진 영험과 피억압자로서의 복수 | 공포와 연민의 섹슈얼리티
3장 여간첩 - 〈운명의 손〉(1954)에서 〈쉬리〉(1999)까지
간첩과 여간첩 | 여간첩의 원조, ‘마가렛’의 모호성 | 이중간첩, ‘김수임’의 파국 | ‘남남북녀’ 도식 속의 팜 파탈 | 표상의 다양화와 근본적 한계
4장 여성 법조인 - 〈어느 여대생의 고백〉(1958)에서 〈침묵〉(2017)까지
법의 젠더 이분법 | 대한민국 최초 여성 변호사와 여판사 | 숙녀복 입은 신사 | 가부장 질서에 저항하는 법조인의 등장 | 법정추리물의 젠더 보수성
5장 여성 노동자 - 〈청춘의 십자로〉(1934)에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까지
여성±노동자 | 근대 여성 노동자 영화 약사 | 시민운동과 가족주의 | 여성 중심의 서사와 상업영화로서의 곤경 | 저예산 하이 콘셉트와 딜레마의 수사학 | 신자유주의 시대의 여성 노동자 재현
5부 예술 : 예술의 표상으로서 예술가 영화
1장 이광수: 반공과 소명 - 〈춘원 이광수〉(1969)에서 〈마담 뺑덕〉(2014)까지
천재성과 민족애 | 1960년대 말, 춘원 소환되다 | 친일, 천재적 민족계몽의 발로 | 반공주의로서의 민족주의 | 문인의 소명
2장 이상: 절망과 기교 - 〈이상의 날개〉(1968)에서 〈금홍아 금홍아〉(1995)까지
오감도(烏瞰圖), 오감도(五感圖) | 순수예술적 천재성의 발로, 절망과 기교 | 예술가의 특권, 편의적 여성 편력 | 순수 예술가의 맥락과 이면
3장 나운규: 민족애와 방탕 - 〈아리랑〉(1926)에서 〈나운규 일생〉(1966)까지
〈아리랑〉과 〈나운규 일생〉 | 식민지 예술가의 필수 조건, 사랑과 민족
4장 윤심덕: 자유와 허무 - 〈윤심덕〉(1969)에서 〈사의 찬미〉(1991)까지
현해탄 정사(情死) | 사랑과 죽음의 아이콘, 윤심덕 | 1960년대 ‘윤심덕’의 자리 | 윤심덕, 자유인으로 호명되다 | 민족보다 자유, 조국 앞의 허무 | 윤심덕과 〈겨울여자〉
5장 나혜석: 애욕과 동경 - 〈화조〉(1979)에서 〈성애의 침묵〉(1992)까지
한국 최초의 여성 화가 | 근대 남성 화가, 과부나 유부녀의 연인 | 남성 화가와 여성 모델의 구도 | 1960년대 말, 여성 미술가의 등장 | 1970년대 말 나혜석, 민족에 긴박된 자유주의자 | 예술과 파리 그리고 에로티시즘
책을 마치며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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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출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부 〈가족〉 머리말에서
한국영화에서 가부장제 이념은 ‘어머니’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재현되었다. ‘현모양처’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현모와 양처는 한 몸과 같은 것이면서도 어머니의 자리가 아내보다 우선한다. 또한 딸은 어머니를 예비하는 존재로서 가족이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곤 했다. 그래서 딸은 영화에서 주동 인물을 주로 맡는 가족 내 젊은 남성의 시선에서 ‘누이’로 포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어머니나 딸과 대타항을 이루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그런데 영화가 보여주는 이데올로기가 가부장 중심이기는 하나 재현의 비중 면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 이는 이념적으로는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가부장이 필요했으나 실제의 역할이나 위상은 그러한 이념적 이상에 부합하지 못한 현실의 반영일 것이다. 아버지가 약하거나 부재할 때 아버지가 맡은 책임은 아들에게 떠넘겨졌는데, 아들은 아직 어리거나 가족의 미래를 위해 근대 지식 자본을 얻는 데 전념해야 했기 때문에 생업은 어머니와 딸의 몫이었다. 여기에서 어머니와 딸의 수난이 시작된다. 한편 가족의 기대와 선망이 장자(長子)에게 집중되면서 근대 ‘오빠’의 표상이 탄생했고, 이 표상은 한국영화사에서 한동안 남성 표상의 주류를 이루었다. 근대 이후 ‘오빠’라는 말이 가부장제의 총아인 동시에 비극적 청춘의 상징이자 혈육과 연인 사이를 오가는 의미로 통용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1부 3장 〈오빠〉에서
출세해야 하는 오빠와 그러한 오빠를 뒷바라지하는 누이의 관습이 지속된 데에는 엘리트 오빠와 그를 동경하고 섬기는 누이 사이에 흐르는, 가족과 연인을 넘나드는 과도기적 감정의 공감대가 존재한다. 근대 교육을 받는 오빠들은 일찍이 도시로 공부하러 떠났고 자연히 누이와는 떨어져 살곤 했다. 혈육이라 해도 생활을 같이해야 식구가 되고 가족이 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오빠는 혈육이지만 낯선 이성이기도 하다. 또한 오빠는 집안의 미래를 책임질 엘리트로서 집안 여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누이에게 그런 오빠는 일생에서 처음으로 동경하는 이성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부재할 때 오빠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부장의 권한을 가지는 만큼 출가하기 전, 혹은 남편이 없는 누이에게는 그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남성이기도 했다.
2부 2장 〈미국〉에서
영화 〈괴물〉에서 돌연변이 괴생물체가 한강에서 발생하는 이유는 미군이 독성 화학물질을 한강에 무단 방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괴물이 사람들을 해치고 납치하자 최첨단 방역과 의료기술을 내세우고 등장한 미군은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정보를 통제하고 수집하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에 바쁘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이 ‘괴물(The Monster)’이 아니라 ‘숙주(The Host)’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숙주(宿主)’란 ‘생물이 기생하는 대상으로 삼는 생물’을 말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숙주’의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바이러스의 숙주로 오인되는 ‘괴물’일 수도 있고, 그러한 괴물의 숙주로 기능하는 ‘한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괴물과 접촉한 사람들에게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 괴물에게는 바이러스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괴물은 숙주가 아닌 셈이다. 한편 한강을 괴물의 숙주로 만든 것은 주한미군이었다는 인과관계를 고려하면, ‘괴물’이라는 돌연변이로 상징되는 병적인 기현상의 숙주는 ‘미국’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러스를 조사하고 방역한다는 명분으로 점령군처럼 행동하며, 정작 괴물은 방치한 채 애먼 사람들만 괴롭히는 미국의 행태는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한 괴물을 잡겠다면서 식수원인 한강에 정체불명의 생화학 무기를 살포하는 것도, 그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러스의 숙주는 괴물이 아니라 그들 자신, 즉 ‘미국’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렇게 볼 때 영어 제목에서부터 이 영화는 신랄한 미국 비판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