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풍경

| 머릿글 | 소중한 인연들의 『은빛 풍경』 / 김정택 •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 12

정목일
영혼 피리 • 16
제주도 빛깔 • 20

반숙자
나의 서재 • 28
불빛이 있는 곳 • 32
어떤 동침 •36
장미의 비밀 •41

염정임
남편의 오두막 • 48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 52
거품에 대하여 • 55

정태원
해 뜨는 곳 •60
고향 집 •64
시를 줍던 날 •69

김은숙
그 바닷가의 전망 •74
팬텀싱어를 찾아서 • 78
환상의 섬 마라도 • 82

남기연
성모 승천의 날에 드리는 기도 • 86
탄생의 달에 드리는 기도 • 88

김정택
검정 고무신 •92
억새의 은빛 풍경 • 96
충신 집안의 기제사 • 100

이부림
스킨답서스 •108
슬기로워야 •113
점집 나들이 •117
책 읽는 여인 •122

장영향
떠 있는 것들 •128
시절인연 • 132
올레길 7코스 • 137
외출복 • 142

이병훈
상처받은 내면아이 • 150
사랑의 열정은 영혼의 병인가 • 153
한라산의 환상 • 156
결국, 우리의 봄은 핀다 • 161

[머리말]

비대면 세상, 아무렴 비대면의 가을이 서럽지요. 사람의 발길이 그리운 곳이 어디 한두 곳이겠습니까? 바다의 물결은 저물어가는 햇빛을 받아 푸른색을 잃고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물결은 바다에만 출렁이는 풍경이 아닙니다. 들녘에는 억새의 은빛 물결이 바람결 따라 넘실거립니다.

우리 곁에 가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직접 뵙지 못하는 동안 세월의 물결도 많이 흘렀습니다. 은빛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머리 염색으로 임시 노령을 막다가 아무래도 노화에 맞서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설 수 있는 자리도 좁아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버거운 건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인연은 소중한 것입니다. 1994년 1월 첫 문집을 만들었으니 어느덧 저희는 작품으로 만나는 글벗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연이 소중한 건 우리끼리 구심점과 희망이 있는 까닭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에 늘 향기가 나는 것은 우리들이 존경으로 이어진 덕분이지요.

사람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합니다. 엘레나 루스벨트는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이야말로 앞으로 살아갈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이고, 가장 소중한 날입니다. 고운 자태로 새로워지는 노년의 삶이 더욱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남은 생애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력만큼 다르게 늙을 수 있다는 것은 자연의 가르침이고 진리입니다.

사람은 지난 세월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그의 노년이 평가되기도 합니다.
회원 열 분이 33편의 작품을 내주셨습니다. 은빛의 향연을 조용하게 펼치려 합니다. 저마다 겪었던 은빛 추억이 늦가을 풍경처럼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2020년 11월
현대문학수필작가회 회장 김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