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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89128449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0-01-31
책 소개
목차
이제 와서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
사라진 것들의 미래
실명풀이-꽃사월 순임이
숨을 잃은 섬
해설 : 사라지는 섬을 위한 비념 - 김동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노인
저분이 섬의 심장이며 여신일세. 비바람 속에서 내게 말하시더군. 섬의 심장께선 세상이 생겨날 때 부터 이곳에 계셨대. 많은 생명들을 낳고 품었다는군. 그러나 우리 인간들만 달랐다는군. 인간들은 욕망의 끝을 모르는 존재들이래.
노인이 잠시 밭은기침을 하는 사이에 섬의 심장 맥박 소리가 울리고 땅이 흔들린다. 맥박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맥박 소리를 따라 암벽이 금 가기 시작한다. 놀라는 물음표를 노인이 다독인다.
노인
그리 놀라지 말게나. 섬의 심장께선 몸소 보여주시려는 것일세. 사라진 것들의 미래를 말이네.
다시 밑바닥이 없는 호수 속으로 사라지실 걸세. 나 또한 저분과 함께하고 싶네.
그사이 섬의 심장 맥박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소녀의 그림도 점점 빛을 잃어 간다.
-「사라진 것들의 미래」 중에서
환
근데 어르신, 굿을 하면 효험이 있을까요?
노인1
게메이. 알 수 없주. 겐디 굿이라는 건 꼭 바라는 만큼 뒈고 안 뒈고를 떠낭 잘못을 빌려고 허는 거주.
환
잘못요?
노인1
아, 제주 섬에 이런 재난이 닥친 이유야 과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이 알앙 풀어낼 문제고. 우린 사람덜이 무슨 잘못을 헤도 크게 헤시난 천지신명이 진노허 동티가 낫다고 보는 거주. 게난 바라는 건 둘째 치고 잘못을 먼저 빌어야 뒐 거 아니라.
-「숨을 잃은 섬」 중에서
소리1-여 나무와 풀은 모두 어디에 있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새와 짐승은 모두 어디로 갔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옷을 다 지었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나와의 약속을 묻는 거야. 옷은 어찌 되었어?
코러스들 다리를 보여주소서. 그리하면 옷을 바치겠나이다.
소리1-여 나무와 풀, 새와 짐승들, 모두가 너희를 대신해 죽었어.
코러스1 당신의 몸을 감쌀 옷감이 되었나이다.
소리1-여 너희들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질어.
코러스2 당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나이다.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소리1-여 내가 바란 건 온 생명이 함께 사는 거야.
-「숨을 잃은 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