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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신화/종교학 > 한국신화/전설/민담
· ISBN : 9791168670877
· 쪽수 : 219쪽
· 출판일 : 2023-0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주섬의 창세기 10
01 생각의 지도 속 설문대 27
02 물 가운데 섬 하나, 섬 가운데 산 하나 36
03 청산에 앉아 등경돌에 불 밝히고 48
04 가장 깊고 높은 전설의 두럭산 62
05 신들의 본향에 무쇠솥을 걸다 73
06 여신께서 밤사이 바다를 메우시니 83
07 나는 바람으로 모든 세상을 잇는 다리를 놓으리라 91
08 사라진 홍릿물을 찾아서 101
09 세월을 엮고 대지를 다져 111
10 다시 솥을 앉혀 만생명의 양식을 짓다 120
11 선마선파 활아활아 131
12 신과 만난 어느 석수의 이야기 142
13 세상을 지으신 뒤에 권능을 버리다 152
14 다끄네 솥덕바위는 어디로 164
15 산꼭대기는 다시 산이 되어 174
16 창조주의 지문을 찾아서 183
17 섬은 또 하나의 섬을 낳고 193
18 마르지 않는 물에 새긴 여신의 발자국 204
에필로그 돌아오시기를 기원하며 2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설문대할망은 어떻게 섬을 만들고 산을 쌓아 올렸을까? 얼마나 클까? 어떻게 생겼을까? 고스란히 되살아난 어린 시절의 질문들은 내 이름조차 물음표로 바꿔놓았다. 근원을 향한 의문이 샘솟자 그동안 내 머릿속에 주워 담아온 설문대의 모든 사연을 차례로 복기했다.
섬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물음표가 된 나는 제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천지창조의 옛이야기들을 갈무리하며 마치 한 편의 창세기 같은 서사시를 엮어내기 시작했다.
어느덧 물음표는 섭지코지를 장악한 리조트 코앞까지 다다랐다. 그는 환락의 휴양지를 애써 외면하며 고래도 물개도 사라진 새끼청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래와 물개의 깊은 잠을 떠올렸다. 원래 뭍짐승인 포유류였던 고래와 물개는 바다살이를 하는 쪽으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허파로 숨을 쉰댔다. 수중에서 잠이 들어도 좌뇌와 우뇌 중 하나는 늘 깨어있다고. 호흡이 달릴 때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들이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든 채로 목숨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물음표는 고래와 물개의 반쪽 잠을 달리 풀이했다. 먼 옛날 창조주의 섬에서 태어나 바다로 떠나갔지만 두고 온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늘 깨어있는 것이라고. 고래와 물개는 만생명이 함께 공생하라는 여신의 뜻을 여전히 간직한 채 섬을 향해 숨비소리를 내고 있는데 인간만은 눈을 떠도 잠든 영혼인 불쌍한 존재라고.
김녕 토박이들은 두럭산은 음력 3월 보름날이 오면 신비로운 자태를 가장 많이 드러낸다고 한다. 그래봤자 산이라고 부르기엔 턱없이 부족해서 막상 눈으로 보게 되면 실망할 사람들이 많을 법도 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신화는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가리지 않고 존재하는 모든 것에 신성을 부여한다.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도 셀 수 없이 많지 않은가. 어쩌면 설문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것을 깨닫게 하려고 작고 볼품없는 갯바위에 신성을 불어넣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존재를 우러르고 함께 공생하라는 메시지야말로 설문대가 두럭산에 새겨놓은 신화의 속뜻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