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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128692
· 쪽수 : 159쪽
· 출판일 : 2020-05-20
책 소개
목차
1부 불온하지만 살아 있는 형태로
사과의 출산
수용성
딱딱하고 완고한 뼈
졸다가 쳐다본 창문
글짜들
구조만 있는
당신은 내 국경이다
마지막
작고 보잘것없는
소리와 고요
난민이 된 어둠
날씨는 먹구름을 발표하고
생활 연출
해변의 불특정 신분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무거운 것은 왜 가벼운 것에 포함되는가
시간 외
내일은 절벽에서 만나요
얼룩말 같은 밤
2부 당신에서 당신까지
당신은 슬픈 주소를 가졌다
당신의 저녁
그리운 쇄골뼈
당신의 후렴
연기가 나는 창문
과거형으로 복습하다
숙성 중인 생활
주술
나를 버릴 만큼은 아녔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밤하늘에 눈사탕이
날개 달린 개미가 거미를 물고 있다
당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작은 것
식품
고양이와 구름으로
저녁 변검술
3부 희미한 층위들
당신 반복하는 반복 씨 맞나요?
미신을 믿고 여름을 조심하고
소리라는 음식
당신을 설명하다
질문
고요의 반경
그때 당신
바지춤을 올리지도 못하고
만원 때문에 옆눈을 가지는
의심 한 뚝배기 하실라예
비가 오면 추억에 잠기는 건가요
기억의 자전
텅 빈 고요
시간의 신경
꽃나무의 미혹
4부 인공감정
고인
은둔거미
파란 하늘
사랑
알레고리 가정
어둠의 원본
연기론
원적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밤에서 밤으로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매일 한다
슬픔의 과학
너는 어디에
휘다
어두운 울음
이후의 주소
해설
뼈를 더듬어 저녁의 감정을 계산하다
- 오연경(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택배를 기다린다
자신을 반품하는 방식으로
자기를 써서 누군가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택배 기사들은 파업 중이고 택배는 오지 않는다
일생을 무엇과 파업 중이지만
나는 나를 매일 어디로 보냈고 어딘가에서 반송된 나를 다시 받았다
이 지루한 핑퐁의 방식
종말은 벌써 지나갔는지도 몰라
죽어서도 천 년을 산다는 고사목이 있듯이 지금과 이후는
종말의 진자운동 중
그나마 불행의 마찰이 있으니 살아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부분
구름은
무엇이 한 켜만 보태져도 무너진다
오늘은 한기가 한 켜 보태져서
흰 눈이 퍼부었다
내일은 누군가의 기도가 한 켜
다음 내일에는 흔해 빠진 한숨이 한 켜
또 다른 내일에는 내일의 이복동생이 한 켜
보편적 세계도 한 켜
─「얼룩말 같은 밤」부분
어느 저녁에는
싱크대 물소리를 듣다가 오열한 적이 있다
또 어느 가을에는 연애편지를 나무 밑에 묻으려고 산에 갔다가
발에 밟히는 낙엽 소리와 오래 얘기하다가 내려온 기억도 있다
누가 나를 나쁘게 하지 않아도
나는 알아서 나빠졌다
나쁜 것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변성기가 지나고 얼마 있으면 노안이 오고
노안으로부터 틀니가 멀지 않듯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나빠지는 것은 내 인생의 목록
적당한 순번에
이미 기록되어 있었기에
변성기에서 이명은 멀지 않았다
울음으로 시작해 비명으로 끝나는 여정도 멀지 않다
─「소리라는 음식」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