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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늄

타이타늄

변선우 (지은이)
시와정신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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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타이타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52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08-14

책 소개

시와정신에서 <시와정신신예시인선>을 새롭게 선보인다. 변선우 시인의 시산문집 『타이타늄』으로 그 시작을 알리고자 한다. 『타이타늄』은 201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적 역량에 대한 신뢰감”과 “소재를 집요하게 응시하는 힘과 다층적 사유를 전개하는 역량”(김혜순, 조강석)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고 등단한 변선우의 첫 작품집이다.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5 몸과 마음
016 애초
018 시작하는 마음
019 동면
022 아모르파티
024 강치와 멸종된
027 수달의 소원, 나의 소원
029 배제의 유혹
032 무뼈들
037 비세계와 마을
041 인조
042 조직
045 화보

____ 제2부

051 제주에서 13
054 손바닥은 스스로 걷는다
056 잠자리 안경
057 울트라 바이올렛
058 언박싱
060 평행세계에서 마음을 외치다!
063 피스타치오 나무가 자라나는 화장실
064 동그랗고 딱딱하던 노 슈거 츄잉 검
066 실험실
067 바코드 극장
070 마음과 동그라미

____ 제3부

075 타이타늄
078 바깥의 마음
082 제주에서 58
083 찜통
087 대전 동구 중앙로 203번길 78
090 소제
093 『놀이동산』에 나타나는 유아 방치의 양상
096 몽니의 지존
099 전생
101 생태의 태생
105 소심한 사람
109 마지막에서 시작되는 무슨 일

____ 제4부

115 페노메논
127 저의 리듬으로 타자를 치는 유물과 유심

____ 제5부

141 (범)충청권에서 문학(공부)하기

저자소개

변선우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3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성장했다. 2018년《동아일보》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비세계>, 연구서로 <1990년대 한국 현대시의 의미>, <공생과 회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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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몸과 마음

만세 선인장을 선물 받았다.
도저히 옮겨 심을 데가 없어서
마음에 심어버렸다.
선물한 사람이 선인장이 잘
크냐고 물으면, 배시시 웃었다.
마음이 동요할 때면
야단을 맞거나 상스러운 일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간지러웠다.
긁고 싶었으나 닿을 수 없었다.
뿌리 탓이었다.
잎의 탓이었다.
마음의 부피, 결국 몸의 부피 탓이었다.
생활을 거듭할수록 나는 성장하였고
마음도 성장하자 선인장도 무럭무럭 커다래졌다.
흉부와 복부가
지속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갑갑해졌다. 자연스럽게 다짐할 수 있었다.

내가 죽는 날
우리는 함께 가루가 될 것이다.


실험실

친애하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그가 나를 훔쳤습니다. 자루에 담아 집 안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끄집어내 나의 머리를 수확했습니다. 도구는 그가 삼켰으며 나의 나머지는 지하실에 던져두었습니다. 나머지는 무수하게 많아졌습니다.
머리는 사과처럼 깎았습니다. 그러다 잘랐으며, 머리는 정말 사과가 되어 접시에 담겼습니다. 거실 탁자에 가득한 접시를 내려놓는 이웃이 있었습니다. 투구게의 멸종을 예언하는 텔레비전이 있었습니다. 정신처럼 반쯤 나간 전구가 번득이고 있었습니다.
사과는 시간이 흘러 변색하였습니다. 그의 가족이 탁구장에서 돌아와 사과를 찔러 먹었습니다. 먹다 물리자, 나의 가족을 초대해 나누어 먹었습니다. 접시가 바닥을 드러냈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무수했습니다. 나머지에서 절반은 정박지로, 절반은 섞박지로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타늄

*
신은 트럼프card로 빌딩을 지었다. 꼭대기에 옥탑을 만들었고, 2층에는 롯데리아가 입점했다.

롯데리아는 등산처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러던 중, 한 소년이 트럼프의 틈새로 떨어진 사고가 있었다. 다만 유실해버린 중심이었고 낙하지점에서 물풀이 자라났다. 아무도 비를 내리지 않아서 물풀이 더 건강해졌다는 이야기. 모든 틈새는 금세 메워져서, 기억이 달아난 사람들이 세고 셌다.

*
당신과 내가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서로의 손에 서로의 손을 넣고, 다른 손에 조각 케이크를 들고. 연한 부위는 어디로 갔나, 묻지 않고. 이곳이 도마동 최대 쇼핑센터라는 선전과 더불어, 사람들이 정신처럼 들락날락한다. 2층에는 맥도날드도 생겼고, 유니클로도 생겼다. 다른 층에도 각양각색의 매장이 들어섰다. 양손 무거운 건 우리 뿐 아니구나, 의심하지 않고.

우리는 내일 오후, 7층 하이마트에 구경 가기로 약속한다. 세탁기를 작동시켜 보기로 한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여진처럼 종횡하고 있다.

*
우리는 옥탑 문턱에 앉아, 도마동에서 가장 먼저 비를 영접한다. 허공이 아닌 지상이 되자고 약속한다. 그러고는 다짐을 긁어모아 성냥처럼 만들어 쌓기 시작한다. 어두운 빛을 내며 높아지는데, 누군가 이 건축물을 오르기 시작하자 우리는 말을 줄인다. 얼굴이 하얘져서 들어가는 여중생 둘이 있다. 여전히 새파란 입술의 소년도 있다. 소년의 손에는 은방울꽃다발이 들려있고, 판 초콜릿 조각도 쥐어 있다.

*
우리는 닭고기를 뭉근하게 졸여 닭엿을 만들어 먹는다. 조각 케이크를 하나씩 차지해 먹는다. 박수를 치다가, 숟가락으로 가능한 일들을 생각하다가, 새싹보리를 손으로 비벼 갈아 먹는다. 발바닥이 덩달아 뜨거워져 시소를 생각한다.

*
눈알로 뒤덮인 바위가 나오는 꿈. 아무리 달려도 내가 나를 납득할 수 없었다. 당신은 당신의 망토를 놓쳤다.
나는 새벽처럼 깨어나 냉동만두를 입김 불어 녹인다. 견고해질 수도, 부수어질 수도, 더 이상 깨어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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