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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533809
· 쪽수 : 19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내게 새겨진 장면들
나는 여전히 내 일에 대해 생각해
만남과 운명
새해에는 유서를 썼어요
타지
철새
2장.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무게를 더는 법
먹지 않는다는 것
모처럼의 술자리
서울의 북극성
노인과 담배
민주와 효진
3장. 내 오랜 그늘
사진
당신의 자랑
세상의 마지막 날이 농담이라면
할머니와 민박집
누구의 잘못도 아닌
내 젊은 날의 공간
피아노
4장. 나와 당신
그날의 계절, 그날의 기분
별이와 달이
사물의 시선
나와 당신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까스로 짚이는 이름과 얼굴을 적어본다. 그 이름이, 이 얼굴이 맞던가 의심하고, 또 얼굴은 또렷한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보면서. 어느 사인가 삶의 어깨가 어긋난 사람들, 어떻게 맺어지고 끊어진지도 모르는 관계들, 누가 남고 떠났는지 모호한 순간들, 변덕같은 마음들, 이제는 화해할 수도, 용서를 구할 수도 없는 먼 과거의 사연까지 이름에 하나둘 엉겨붙는다. 때로는 우습고, 대체로 슬프다. 그리고 드물게 아릅답다.
나는 말이 고픈 사람처럼 주의 깊게 듣길 좋아한다. 한 사람이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섞고, 포개며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타인을 이해시키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오해로 번져가는 일은 얼마나 n비극적인가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활자 속에는 소통의 안온함과 더불어 언어의 불완전함이 서려 있다. 차마 말로 매꿀 수 없는 공백을, 어떻게든 말로 수습해보려는 안간힘이 말에는 담겨 있다. 때로, 의미를 지닌 말보다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말을 고르는 주저가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다.
특유의 감식안으로만 식별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어둠에 길들여진 눈이 여분의 빛을 받아들이듯, 하나의 풍경이 오직 자신에게만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말로 수렴되지 않지만, 또렷하게 인식되는 심미적인 감각. 그날의 아름다움은 분명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