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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89688806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2-04-01
목차
정어
제2장 주망창해
향호배
곽암
대루퇴
저자소개
책속에서
297. 세가(勢家) 1
온통 노랗게 뵈는 세상이었다. 하늘도 땅도 노랑색 한가지로만 물들여졌나 봤다. 가물가물 혼줄이 나가는 낌새였다. 노랑색 하늘 가운데로 씨가지 열리듯 아슴아슴한 얼굴들이 떠돌았다. 조부의 얼굴인 듯도 싶고, 병삼노인의 얼굴인 듯도 싶었고, 그리고는 승주댁과 어린 상모놈의 얼굴인 듯도 싶은 형상들이 백근짜리 바윗덩인 양 내려앉는 거였다.
당포는 그제야 ‘제포’ 땅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시린 눈꺼풀을 닫는데 청승맞은 가락이 고막을 채웠다. 공발 영감과 병삼 노인의 목소리인 듯싶었다. 주고 받고 매기곤 되받는 소리에 어지간한 신명이 돋쳤다. 당포는 애써 귀를 종그리며 그 아련한 소리들을 담는다. 그렇겠다. ‘합포’ 땅의 먼 세월일 것이었다.
어이허야 지점이야아-
수동해지 조선이라 산맥이고 장군이라,
영상이고 선민이니 수성에다 국군이라,
병신존어 손어하고 민불방초 요순이라,
태벽혈에 지두하고 수불탑이 원부카네,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천하명기 나릴즉에 태백용이 함께내려.
소백산 기봉하여 소백산에 내린용이,
주마뫼 떨으져서 명승당이 되얏고나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이명당에 터를잡고 초가삼칸 지을적에,
오행으로 주추놓고 인의예지 기둥세와,
팔조목 도리얹고 하도낙서 대붕얹고
계졔연목 걸으놓고 차차로 잔자메니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오셱초로 알매치고 사대문을 지을즉에,
일륙수를 북문내고 이치하라 남문내고,
삼팔목에 동문내고 사구구문 서문내고,
고방장에 고방내고 천울방에 문을내가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이명당 이터으다 좋은일 가려받어,
새집짓고 들은연후 왕운을 받들즉에
남전북답 장만하여 우리부모 봉양카고,
자손만 번성혀라 한탯줄에 팔형제라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한사당에 글을갈쳐 경주서울 첫서울에,
과거보기 힘을쓰니 등방급제 하얏고나,
알상급제 하온후에 부귀영화 좋을시고,
우리인생 두고보면 호사다마 분명하다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한두살에 철을몰라 부모은공 갚다카나
이삼십을 당해놓고 부모은공 못다갚네
무정셰월 여류하여 원수백발 돌아오니
한심하고 가련허다 애롭고도 설은지고
어이허야 지점이야아-
절통허고 분통허다 헐수없제 헐수없어,
홍안만 늙어가고 사람의 이공도를
뉘라서 막을손가 춘초만 연년록이라
사람칠십 다살어도 죽을인솅 불쌍코나
어히허야 지점이야아-
당포는 이내 사흘난 송장처럼 길게 누워 뻗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