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근대철학 일반
· ISBN : 9791189898205
· 쪽수 : 167쪽
책 소개
목차
자발적 복종에 대한 논설……7
ㅣ옮긴이 해제ㅣ 우리는 왜 자발적으로 복종하는가?……107
책속에서
비참하고 가련한 넋 빠진 민중들이여, 고집스럽게 고통을 받으려 하고 행복에 눈을 감아버린 자들이여! 그대들이 벌어들인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찬란한 수입이 눈앞에서 날아가 버리고, 그대들의 논밭이 강탈당하고, 선조들의 오래된 가구들이 들어찬 집들이 약탈당하게 방치하고 말았으니, 더 이상 가진 것이 하나도 없게 될 정도로 그렇게 그대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대들은 재산과 가족 그리고 생명의 반절만을 손에 넣게 되어도 그것을 커다란 행복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모든 손실, 이 불행, 이 탕진은 다수의 원수들에 의해 그대에게 닥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 바로 한 명의 원수에 기인하는 것이니, 그대들은 그를 지금도 그렇게 위대하게 만들고 있고, 그를 위해 그토록 용감하게 전쟁터로 나가고, 그의 영광을 위해 죽음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더 이상 복종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라. 그러면 그대들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를 밀어붙여 일격을 가하라고 하기보다는 더 이상 그를 지지하지 말 것을 나는 그대들에게 요구한다. 그러면 밑동이 뽑혀 제 무게에 짓눌려 무너지고야 마는 거대한 동상과도 같은 그를 그대들은 보게 될 것이다.
폭군들은 민중을 사랑하면서도 의심하고, 민중은 자기를 속이자는 자에 대해서는 순진하다. 입 앞을 스쳐가는 별거 아닌 달콤함에 이끌려 복종에 즉각적으로 자신을 내맡기는 민중보다도 한 마리 새가 화살에 더 잘 낚이는 법이라고, 벌레를 즐겨 먹는 물고기가 낚시 바늘을 오히려 더 잽싸게 물어댄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조금만 간지럽혀주면 그들이 그렇게 즉각적으로 자신을 내맡기게 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극, 놀이, 익살극, 공연, 검투경기, 신기한 동물들, 동전들, 그림들 그리고 그러그러한 다른 마약들은 고대의 민중에게는 복종의 미끼였고 빼앗긴 자유의 대가였으며 폭정의 도구였다. 고대의 폭군들은 이것들을 수단으로 삼아서 이용했고 이것들로 유혹하여 백성들에게 굴레를 채워서 잠재워 버렸다. 그리하여 우둔해지고야만 민중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헛된 쾌락을 즐기면서 놀이들이 멋있다고 여겼으며, 번쩍거리는 그림들로 읽기를 배우는 어린애들보다도 더 어리석게, 아니 그들보다도 더 심하게 복종하는 데 익숙해지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