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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91189898700
· 쪽수 : 468쪽
· 출판일 : 2022-03-28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7
제1부 사건의 시와 시적 사건
사건 이후의 사건 17
-촛불이 열어 놓은 시적 경로들
팬데믹 이후, 세계의 저편 47
-인류세와 지구생태적 위기의 시적 감응들
다시, 시적인 것의 가능성을 위하여 83
-루카치와 바흐친을 넘어서
제2부 시학의 성좌들
여-성, 미-래, 사-물 101
-지나간 것과 도래할 것, 그 사이의 시학
주름의 시학 121
-나희덕 사유의 접힘과 펼쳐짐
가능주의자, 불가능한 미-래의 시학 153
-나희덕 문학의 지금과 여기
문장과 사건 185
-김언 시학의 언어학과 유물론
F라는 고유한 시의 성좌 217
-김선향의 두 번째 시집에 대하여
아나키의 시학과 윤리학 235
-신동엽과 크로포트킨
제3부 감응하는 시와 미-래
시간을 지각하는 시작-기계(들) 275
-2016년의 가을의 시편들
주소 없는 편지 299
-2018년 신인들의 시적 감응에 대하여
시는 언제나 미-래의 시제다 317
-역사의 시간과 시의 시간
머뭇거리는 이 봄의 착란들 329
-시적 감각의 특이성에 대하여
시작, 비인간의 노고 341
-(불)가능한 시의 성좌들
제4부 클리나멘의 시적 욕망
시, 혹은 나라는 타자를 향한 욕망 355
-민구의 시편들
사건의 예감, 클리나멘의 시학 369
-안태운의 신작시
뒤늦게 도착한 출발의 예감 379
-정영효의 근작시에 부쳐
존재하지 않는 요일의 무늬 389
-권정일의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
초록의 서곡, 기다림의 시간 397
-윤지양의 신작시
시학의 저편 409
-김건영의 『파이』가 열어 놓은 시간
제5부 탈주선 위의 예술
예술을 넘어선 예술, 아방가르드의 욕망과 불안 421
-피터 게이의 모더니즘론
획과 탈주선 437
-고윤숙 개인전에 부쳐
배신의 미스터리와 그 희열 449
-금보성의 ‘한글회화’에 담긴 해석의 비밀
발표지면 467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격앙된 목소리들은 무에서 유가 나오듯 생경하게 나타난 요구만은 아닐 것이다. 지나간 세계가 정말 지나가지 않았다면, 곧 사건의 문을 열고 우리가 지나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았을 세계의 감각적 표현이 그 목소리들이다. ‘적폐’라 불리며 파헤쳐지고 심문받고 처벌받는 제도의 온갖 병리들을 우리가 정녕 몰랐던가. 몰라도 어림짐작으로 이미 느끼고 있거나 벌써 다 알고 있던 것들을 이제라도 끄집어내는 이유는 지금 발 딛고 있는 세계에서 그것들이 관행이라는 핑계나 권력의 역학에 의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도록 하기 위함 아닌가? 또한 문화예술과 언론사회, 공직과 일상의 모든 부면에 폭넓게 번져 있던 성적 폭력과 억압의 구습들 역시 이제야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들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새롭지 않으며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어지지도 않았지만, 이제야 의식의 표면에 또렷하게 부상한 사건적 각성의 대상들이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사회적 동요와 격발의 근본 원인은 아마도 동일한 현상을 더 이상 동일하게 느끼지 못하게 된 상황의 변전, 즉 사건 이후의 세계감각이 바뀌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체념과 포기라는 억압된 부정적 감각이 분노와 희열이 뒤섞인 욕망의 감각으로 이행한 결과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촛불이라는 사건 이후, 새로운 세계를 축조하는 사건의 관문을 향해 지금 힘겹게, 그러나 기이한 즐거움을 통해 진전하는 중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세계 구성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서정시의 기원이 개인의 내밀한 감응을 담는 데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에 맞서, 타자를 향해 시의 주체는 자신의 속내를 노래로 풀어낸다. 그것은 고독한 속삭임이며 우울한 뇌까림이지만, 그만큼 절실하고 견고한 자아의 목소리를 형상화해 낸다. 그래서 서정시를 읽노라면, 우리는 거기서 자아의 사유와 감정, 표정과 몸짓, 품성과 세계상을 떠올릴 수조차 있게 된다. 시어는 곧 주체의 의지이며, 그의 인간이다 …. 이 같은 서정시학의 전통은 단일한 자아의 단일한 언어, 단일한 시적 세계상을 전제해 왔다. 이에 따라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언어적 단편들을 좇는 게 아니라 거기 내재된 사상, 통합된 한 사람의 인격을 보는 것으로 간주된다. 시는 통일된 목소리로 읊어지고, 통일된 관심과 통일된 욕망으로 충전된 사유의 결정체라 할 만하다. 시의 언어는 단지 시적 사상의 외피이자 매개물이기에 부차적인 지위에 머무른다는 것. 예술사에서는 이를 ‘내용 대 형식’의 대립으로 불러왔던바, 시의 이념이 노정하는 사상적 내용만이 시의 문학성을 규정짓는다는 입장이 여기에 속한다. 헤겔로 간주되는 근대 시학의 역사는 이 같은 내용시학의 관점을 대변해 왔다.
반면, 20세기 시학은 이러한 내용시학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정반대 편에서 구축되었다. 러시아 형식주의로 대표되는 이 새로운 경향은 시가 일단 언어적 산물이란 점에 주목한다. 언어로 직조된 시는 귀에 들리는 소리의 결합물이며, 그 소리의 화음과 배음, 불협화음을 통해 듣는 이의 심정에 감응한다. 시의 기원이 무엇보다도 노래에 있음을 떠올린다면, 이 같은 전환이 비단 ‘형식적’인 흥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노래는 그 내용이 어떠하든, 선율과 가락으로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사로잡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언젠가 불러보고 들어보았던 노래의 가사는 기억하지 못해도 리듬은 떠올리고 그에 맞춰 흥얼거리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정신이 아니라 몸에 호소하는 노래의 힘, 그것이 시의 본래면목이다. 이렇게 본다면 내용이 본위가 된 시적 이념은 시의 가장 중요한 축이 아니라 부가적인 요소가 되며, 음악적 울림으로서의 언어적 형식이야말로 시의 본위라 할 만하다. 나아가 시적 이념의 산실은 그 어떤 심오한 정신적 내용이라기보다 언어로 조성된 형식의 구조에 있다 해도 좋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