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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외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89911027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9-04-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태양의 찬란한 영광 뒤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달빛처럼, 그의 혼불은 약해지고 있었다. 나는 그의 무릎에 앉아 단단한 팔을 당겨 내 몸을 감싸게 했다.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에요.”
“당신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몰라요.” 고통에 물든 그의 눈빛이 내 시선을 찾았다. “당신을 찾아오는 건 위험해요. 누군가나를 쫓아와요.”
“누가요?”
“모르겠어요. 볼 수는 없지만 느껴져요.”
나는 그에게 이마를 기댔다. “아스윈과 나는 정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곧 당신을 그곳에서 구해 낼 거예요. 계속 찾아오겠다고 약속해 줘요.” 그를 다시 못 본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피인가요?”
그는 손으로 정강이를 털어 내고 노를 집어 들었다. “천 년 전에, 타락한 영혼들이 저승을 탈출하려고 했다. 악마 쿠르의 첫 번째 왕비 이르칼라는 단 하나의 영혼도 탈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그녀는 일곱 개의 문을 연달아 세우고 그녀 몸에서 독을 한 방울 떨어뜨려 라비수를 만들어 문을 지키게 했다. 타락한 영혼들이 그래도 탈출을 시도하자 이르칼라는 지하세계에 재앙을 내리고 바다를 저주했다. 그러자 바닷물이 모두 핏물로 변했지.” 커다란 뼛조각이 보트를 스쳐 파도에 흘러갔다. 속이 울렁거렸다. “인간세계에 있는 영혼의 바닷속 가장 깊은 협곡이 텅 빈 채 폐허의 바다와 이어졌다.
이른 아침 시간은 고요했다. 저승의 피조물들은 낮 동안 자신들의 구멍에 틀어박혀 지낸다. 나는 나무둥치에 머리를 기댔다. 내 수면 패턴도 점점 야행성 동물을 닮아가고 있다. 지하세계가 휴식을 취할 때 나도 같이 수면을 취한다.
땅에서 쿵쿵거리는 진동이 일었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혼란스러운 소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진동이 커지면서 빠른 박자의 북소리까지 들려왔다. 상체를 일으켜 수풀 너머 회색빛 안개 사이를 자세히 살폈다. 시끄러운 소음은 죽은 자들의 도시 쪽에서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