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9995126
· 쪽수 : 460쪽
· 출판일 : 2020-03-20
책 소개
목차
1장 정부의 자객
2장 시라이 매직
3장 공공의 적
4장 진짜 노림수
5장 어디에도 없는 지점
6장 썩은 연금술
에필로그 뱅커의 사명
리뷰
책속에서
"태스크포스라고?"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소리에 다지마의 목소리가 뒤집어졌다. 시라이의 목적은 TK항공의 재건이 아니라 전 정권의 부정이 아닌가? 그것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정당의 우위성과 헌민당과의 차별성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겨우 그런 목적으로 유식자회의와 수정재건안을 매장하려고 하다니. 그렇다면 TK항공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른가.
"태스크포스 좋아하시네!"
다지마가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을 한자와에게 향했다.
"차장님,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고생한 우리는 뭐가 됩니까? 밤새 머리를 짜내서 겨우 수정재건안을 통과시켰는데! 진정당 정권인지 뭔지, 어떻게 이토록 무식한 짓을 할 수 있죠? 수정재건안의 내용도 모르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니. 이 정도면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놔도 무조건 밥상을 뒤엎겠다는 거잖습니까?"
시라이의 눈에는 수정재건안을 받아들인 TK항공의 고뇌도, TK항공을 회생시키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온 은행 담당자들의 열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직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공명심뿐이다. 기업의 운명을 정치의 도구로 삼는 자들이 어떻게 TK항공을 회생시키겠는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시라이를 보면서 한자와의 마음속에서는 근본적인 불신감이 소용돌이쳤다.
― '프롤로그 부러진 날개' 중에서
도마리는 이해가 된다는 듯이 말하더니, 퍼뜩 생각난 얼굴로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다른 은행이 채권 포기에 찬성할 경우에는 너도 찬성할 거야?"
한자와는 마시던 밤소주잔을 나무 카운터에 탕 소리 내며 내려놓았다.
"내가 찬성할 것 같아?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면 끝까지 거절이야. 다른 은행이 한다고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잖아?" "지당하신 말씀! 그래야 본점 영업 2부의 한자와 차장님이시지. 역시 사람들이 싫어할 만한 이유가 있다니까."
"지금 농담할 때야? 난 지금 진지하거든!"
도마리는 예리하게 쏘아보는 한자와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알고 있어. 역시 이 일을 맡을 사람은 너밖에 없어. 내가 은행장이라도 너에게 맡겼을 거야. 자아, 열 내지 말고 한잔해."
한자와의 술잔이 비어 있는 것을 본 도마리가 소주를 더 주문했다.
― '1장 정부의 자객' 중에서
"나를 그토록 무시하더니 왜 한마디도 못 하지? 이번 일은 확실하게 보고할 거야. 그냥 넘어가리라고 생각하지 마. 소네자키, 그러기 전에 지금 여기서 TK항공팀에게 사과해."
멀리서 에워싸고 지켜보던 다지마를 비롯한 소네자키의 예전 부하직원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 뒤에는 영업 2부의 한자와의 부하직원들이 팔짱을 낀 채,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눈길로 소네자키를 쏘아보고 있었다.
소네자키는 숨도 쉴 수 없는 사람처럼 괴로운 얼굴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윽고 굵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눈을 꼭 감나 싶더니, 울음을 터트릴 듯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쥐어짰다.
"미, 미안해……."
"웃기지 마! 설마 그 한마디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사과하려면 제대로 사과해!"
한자와의 분노 어린 목소리를 듣고 소네자키는 압도당한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발작처럼 내뱉은 사죄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멸과 분노의 눈길로 그 모습을 바라본 행원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가는 가운데, 소네자키의 입에서 오열이 새어 나왔다.
"너 같은 놈이 은행을, 이 조직을 썩게 만드는 거야. 똑똑히 기억해둬!"
한자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네자키는 도망치듯 종종걸음으로 영업 2부를 벗어났다. 한자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한 번 차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책상에 펼쳐진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 '3장 공공의 적'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