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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0187022
· 쪽수 : 472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따라서 이제 안심하고 이 투어에서 실컷 우울해 하십시오. 이미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이 투어의 최대 목적은 어쨌거나 일단 우울해 할 수 있는 만큼 우울해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생의 구렁텅이에 마음이 바닥을 칠 때 뒤꿈치로 바닥을 힘껏 차올라 세차게 기어 올라갑시다. 참고로 과거에 이 '실연버스'를 이용해주신 고객님 대부분은 철저하게 우울해하고 밤마다 눈이 부을 만큼 펑펑 울어서 마지막에는 오히려 후련한 얼굴을 하고 이튿날부터 완전히 새로운 멋진 인생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거한이 쭉 의심스러웠다. 코스프레인지 뭔지 잘 모르지만 수행자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목에 걸린 거대한 염주 같은 것은 움직이면 달그락달그락 하고 요란한 소리를 냈고 신발은 나막신이었다.
"딱히 말하고 싶진 않지만 이 버스 안에는 악령이 있소. 일단 불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소만."
"아, 악령이라면……."
"악령이라면 말 그대로 악령이지요. 딱히 좋은 악령이 아니오만."
나는 여행 안내서와 같이 들고 있던 투어 '신청서'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에 따르면 이 거한의 이름은 도키가와 아쓰야이고 나이는 마흔다섯이었다.
그리고 닉네임은.
출가.
산골짜기 폐촌에 이따금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썰렁하면서도 습했고, 조금 불쾌하게 느껴질 만큼 목덜미에 감겨왔다.
투어 일행은 지금 첫날 점심을 먹기 위해 산속에 버려진 듯한 아무도 없는 공원에 각자 흩어져 있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내가 참가자에게 나눠 준 것은 매실 장아찌가 들어간 주먹밥 세 개와 페트병에 담긴 차였다. 그것과 100엔숍에서 파는 아담한 일인용 돗자리 한 장. 이렇게 값싼 메뉴로 점심을 때울수록 '실연버스투어'의 이익은 높아진다. 즉, 사장이 기뻐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공원의 공터는 언제 와도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