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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91190234221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2-04-25
책 소개
목차
슬픔이 역류하여 강이 되다|7
서평|431
작가 후기|439
리뷰
책속에서
골목 안으로 가득 찬 새벽안개가 조금씩 밝아 오는 등불에 흐릿한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 차갑게 푸른 하늘 위로 여전히 남아 있는 별빛이 보였다.
며칠 사이 기온이 빠르게 떨어졌다. 입김이 뿜어져 나오고, 곳곳에 두꺼운 얼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억 속에 멈춰 있는 곳은 멀고 먼 햇살 아래 밝은 세상이었다.
열일곱 살의 치밍은 금방이라도 광채가 뿜어져 나올 듯한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하얀 셔츠와 검은 교복을 나날이 단단해져 가는 골격과 근육이 받쳐 주었다. 남학생의 열일곱은 철컥철컥 키 자라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나이였다.
전교 일등. 반장. 시내 육상 단거리 시합에서 전날 다리를 다치고도 준우승. 평범한 가정이지만 곧 이 골목을 떠나 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 머리를 염색하거나 귀를 뚫는 일도, 다른 남학생들처럼 멋있게 보이려고 교복 재킷 안에 셔츠 대신 티셔츠를 입는 일도 없는 학생. 좋아하는 과목은 생물. 그리고 유럽문예사. 입학과 동시에 각 학년 학생들의 연애편지가 쏟아졌지만, 아무리 많은 편지를 받아도 받을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아이.
그런데 나는?
약간은 악의가 섞인 엄마의 말에 따르면 음기가 강하고 언제나 죽을상에 집에만 처박혀 있으니 몸에서 벌레가 나올 거 같다고 한다.
이런 내가 매일 아침 골목에서 나와는 완전히 다른 치밍을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골목 입구로 함께 걸어간다.
빛이 들어오는 입구로.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은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