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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305976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1장 신호는 가끔 혼란스럽다
2장 살아 있는 존재는 모두 일한다
3장 찾기 위해서는 떠나야 한다
4장 그러다 길을 잃기도 한다
5장 가깝고 달콤한 것을 원하기 마련
6장 원하는 것은 찾고 만다
7장 기억하지 못해도 거기 있다
8장 가끔은 속일 때도 있다
9장 장례식과 결혼식은 알려야 한다
10장 벌들은 비에 갇히지 않지만
11장 진로는 예측을 벗어나기도 한다
12장 그래도 가질 수 없으면 훔친다
13장 빼앗긴 건 추적한다
14장 어둠 속에서도 날아오른다
15장 벌들은 이제 잠들고
참고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곳을 떠난 이후, 그동안은 이 얼굴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렇게 되면 굳이 떠난 의미가 없었으니까. 기억하기 싫은 일도 같이 떠오를 테니까. 이 여자가 내 인생을 바꿨다. 나를 이곳에서 몰아냈다.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돌아왔다. 이 여자가 나를 다시 돌아오게 했다.
남자는 3년 동안 그를 기다려준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얼굴은 세상에 흐린 날은 없다는 듯 늘 웃는다.
“도로미…….”
오랜만에 입 밖에 내어보는 이름이었다.
“우리가 알아보죠.”
“뭘요?” 로미가 물었다.
“그 남자가 로미 씨에게 다시 연락하지 않은 이유.”
“어떻게요?”
차경이 다시 물었다. 질문은 육하원칙을 따라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왜’는 묻지 않을 것이었다. ‘어디서’에 대한 답은 하담이 할 것이었다.
“제주로 직접 가서요. 양봉한다는 그 사람, 양봉남을 찾아서요.”
하담은 분명 식사 때 와인을 한 잔밖에 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회사를 나온 후 다른 프리랜서 친구들을 만나 낮술을 좀 했다는 건 이미 잊어버렸다. 지금 하는 말은 술 취한 소리라는 것을 자기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가끔 술은 우리에게 예상치 않은 선물을 준다. 하담의 마음속은 그 순간만은 진정한 열의와 순수한 호기심,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담은 엄숙하게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서칭 포 허니맨」이에요.”
다음이 또 있을까, 하담은 막연히 생각했다. 다음은 그저 지금 이후로 오는 시간의 순서가 아니다. 누군가 만드는 의지적인 사건인 것이다. 누가 한 발을 내디뎠을 때,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에게만 오는 일. 옛 연인이란 다음이 늘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가 어느 날부터 그 다음이 없어질 수도 있음을 실감하게 했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