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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71712922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10-02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리뷰
책속에서
실크 재질의 하얀 천, 육체는 없는. 침실 바닥 위에 나른하게 액체처럼 주름져 고인 실크 웅덩이. (보는 이/관음하는 이들이 열심히 추정하듯이) 그녀는 바닥에 서서 어깨를 털어 자신의 나신을 이 슬립 드레스에서 빼내고, 옷이 마치 뱀처럼 스르륵 미끄러지도록 떨구었으리라. 속이 비칠 만큼 완전히 하얀, 순수하게 하얀, 동백처럼 하얀 비단 뱀은 그녀의 엉덩이, 허벅지를 지나 카펫 깔린 바닥까지, 식식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렇지만 육체도 없고, 뼈대도 없이, 그저 희미하게 (여성의) 육체의 향기를 풍기며.
M은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마법을 부렸다. 누구보다도 우리 부모님들에게.
언니의 아름다움, 그건 부당했다. 모든 아름다움은 부당하니까. 언니의 친절함, (내게는) 허영의 표현처럼 보일 뿐이었다. 언니가 갑옷을 벗었을 때 보이는 부드러운 마음. 언니의 (겉보기에는) 나에 대한 사랑, 혹은 나를 향한 애정.
마치 내가 M의 라이벌, 진지하게 여겨야 할 사람이 못 되고 그저 어색한 여동생일 뿐인 것처럼.
M은 자신의 (소박한) 월급이 장학금 기금으로 돌려진다는 사실을 이해하고서 대학의 자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일급비밀에 부쳐졌다. M은 어떤 부류든 ‘자선가’로 알려지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예술가 동료들이 (대부분은 그녀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자신의 존재를 불편해하기를 원치 않았다.
물론 그들은 마그리트 풀머보다 열등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들 중 누구라도 그녀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길 바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