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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0313391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0-06-30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말은 우리의 생각을 조종한다
PART 1 인간에 대한 편견의 말
chapter 1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 나머지는 안 봐도 비디오야 | 정말 하나를 보면 열을 아는가? | 열을 봐도 하나를 알기 어렵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chapter 2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 언제부터 이렇게 살았을까? | 심리적, 유전적 근거가 동원되다 | 욕구가 인간을 변화시킨다 - 제러미 벤담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설》
chapter 3 공부는 때가 있다
— 공부 기회는 지금뿐이야 | 우정과 첫사랑은 나중에 경험해도 되는가? | 누구를 위한 상식인가?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chapter 4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
— 너 몇 살이야? | 노인과 소년이 친구라고? | 위아래가 없어야 우정이다 -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우정에 관하여>
chapter 5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 저 사람은 진정성이 없어 | 진정성의 정체는 있는가? | 인간은 임시변통 재주꾼이다 - 질 들뢰즈 《안티 오이디푸스》
chapter 6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
— 인간은 이기적 존재라는 상식 | 유전적으로 결정된 이기성?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 이타성이 진화를 이끈다 -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PART 2 세상을 왜곡시키는 말
chapter 7 아는 만큼 보인다
— 먼저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 현대미술은 알아야 보이는가? | 보고 느끼고 안다 - 레프 톨스토이 《예술이란 무엇인가》
chapter 8 아프니까 청춘이다
— 청춘은 원래 아프다는 위안 | 불확실과 불안 속에 사는 청춘 | 청춘의 희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 조지프 피시킨 《병목사회》
chapter 9 소확행을 즐겨라
— 일상의 작은 행위에서 행복을 찾다 | 소확행이 행복을 주는가? | 진정한 욕구인가, 허위의 욕구인가? -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chapter 10 손님은 왕이다
— 손님이 제왕이 되다 | 소비중독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 존 더 그라프 《어플루엔자》 | 감정의 상품화 - 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노동》
chapter 11 그놈이 그놈이다
— 모든 정치인은 썩었다? | 정치 불신이 만드는 정치적 무관심 | 정치가 희망이다 - 박상훈 《정당의 발견》
chapter 12 여성은 모성애가 있다
— 여성만의 신비한 본능? | 모성애가 여성에게 강제하는 것 | 모성이라는 신화의 역사 - 섀리 엘 서러 《어머니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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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대체로 우리는 말도 팔다리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이라고 여긴다. 누가 뭐래도 생각이 주인이고, 언어는 단지 주인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하인이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말은 사물과 현상을 그대로 설명해 준다고 믿는다. 언어에 대한 신뢰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실제 진실은 상당히 다르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말을 통해 생각한다. 언어는 선택적 기능이 아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지금 머릿속에 논리적 흔적을 갖는 어떤 생각을 떠올려보라. 대부분 언어를 매개로 구성되었음을 발견한다. 심지어 몇 년 동안 토굴에 앉아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묵언수행과 면벽수도를 하는 수도승이라도 마찬가지다. 수도승이 붙잡은 화두가 말이고, 이를 풀어나가는 과정도 언어의 논리적 체계에 의존한다. 언어와 생각은 서로 작용하며 거의 일체화되어 있다. <저자의 말> 중에서
장 프랑수아 밀레 Jean Francois Millet(1814~1875)의 <만종>에 나오는 농민들이 그러하다. 원래 제목은 <삼종기도>로 ‘안젤루스’를 번역한 말이다. 가톨릭에서 아침, 정오, 저녁에 하는 전통 기도로 하루 세 번 한다. <만종>은 유럽에서 널리 복제되던 그림이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어린 시절에 이발소와 식당, 가정에 흔히 걸려 있었다.
농민 출신이었던 밀레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담아 그린 듯하다.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해 질 녘에 기도하는 젊은 부부다. 여자는 가슴에 두 손을 꼭 모으고, 남자는 모자를 벗어 경건한 자세로 기도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으리라. 사회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성격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권력자나 부자에게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찍소리 못 하는 순종적 기질을 평생 안고 사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사회 변화는 보수적인 농민의 성격과 기질도 바꾼다. 18~19세기 유럽의 농민 저항이 이를 잘 보여준다. 조선 말기에 빈곤과 신분적 억압, 외세 침략에 대항한 동학농민운동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변동은 평생 한마디 항의도 하지 못하고 순종적이기만 하던 농민과 빈민조차 격렬하게 행동하도록 만든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중에서
바뀐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진정성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일을 당연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모든 인간이 지녀야 할 훌륭한 덕목이자 상대를 판단할 때의 흠 잡을 데 없는 잣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다가서면 진정성이라는 기준에 여러 문제를 발견한다.
먼저 진정성이 확인 가능한 대상인가 하는 점이 문제다. 진정성은 의도나 동기처럼 내면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보통 말이나 행동이 마음과 일치된다고 여길 때 진정성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그것이 속마음과 다를 때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위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도나 동기를 상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타인의 내적 의도와 동기를 알 수 있을까? 굳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내면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얼마든지 자신의 본심을 숨기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