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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313759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1-02-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뱁새의 집
1부 나가기
때가 됐다: 독립을 결심한 이유들
입지의 조건들: 동작대교 서쪽, 녹지, 대학 도서관, 노량진 수산시장
인터넷으로만 집을 알아볼 수 있을까: 다방, 직방, 네이버 부동산,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다음 로드뷰
고르고 좁히기: 종로구, 동작구, 영등포구, 구로구, 마포구, 서대문구
그 집을 처음 본 날: 인터넷과 방문과 건조한 통화
“그냥 계약금 한번에 다 낼게요”: 나는 왜 그렇게 서툴었을까
“내가 자기 여자 친구는 아니잖아요?”: 특이한 집의 특이한 건물주
“이 집이 처음 독립하기 쉬운 집은 아닌데…”: 낭만의 맨얼굴
2부 고치기
공사를 할 수 있다면: 인테리어 시장의 미아
건물주만 좋은 건데:v s. 36으로 나누면 얼마 안 돼
마루만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던 것
실크 벽지는 실크가 아니다: 한국 인테리어 시장 체험기-벽지 편
이탈리아 타일을 위하여: 한국 인테리어 시장 체험기-화장실 편
화장실을 위하여: 생각보다 더 길어진 화장실 인테리어 시장 체험기
전기 협객과의 만남: 한국 인테리어 시장 체험기-전기 편
헌 집의 스위트 스폿: 공사가 끝나고
3부 채우기
이케아 비율: 없으면 안 되는데 많아도 안 된다
있어야 할 것과 없어도 되는 것: 상식이 아니라 습관에 따랐다
의자의 모험: 이 월세방의 첫 의자는 제네바에서 왔다
스위스에서 온 세간들: 외국에서 온 세간이 생각보다 많아졌다
중고품 세간들: 조금씩 쌓아 올린 오래된 물건들
하우스 메이트: 건물주에게 배우는 인생과 의사소통의 기술
인터넷과 냉장고의 아웃소싱: 왜 나는 냉장고 없이 살기로 했는가
어느 보통의 주말: 일상이 된 어느 날의 기분
그래서 나는 변했을까: 집이 알려준 것
에필로그 뱁새의 사정과 사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남들의 삶이 부러워 보였다. 평생 남을 신경 쓰지 않으며 살았는데 남의 삶을 기웃거리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했다. 내게는 다 없는 것들이었다. 당시에 만나던 연인과도 결국 잘되지 않았다. 일도 사랑도 잔고도 확실하지 않으니 내 자신이 약해진 잇몸 속에서 흔들리는 이가 된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선 늘 멍했고 어떤 면에서는 늘 뾰족해져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그 글귀를 보게 되었다.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이 바뀌어야 한다, 같은 그런 글귀였다. 인터넷에 짧은 글귀로 잘려서 돌아다닐 법한 이야기다. 나도 인터넷에서 보았던 것 같다. 회사 컴퓨터로 봤는지 스마트폰으로 봤는지 모를 정도로 기억에서 희미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없는 잠언들은 대부분 쌀로 밥하는 것처럼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은 이상할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연예인 촬영과 시계 섭외 등등을 하다 조금 일찍 퇴근한 어느 날 택시를 타고 서대문구 어딘가에 있는 그 집 근처까지 갔다. 큰길가 옆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자 거짓말처럼 조용해지는 골목이 나왔다. 그 골목을 따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몇 번 돌다 보면 깊은 안쪽에 그 집이 있었다. 집집마다 나무들이 담보다 높이 솟은 옛날 단독주택촌 사이였다. 조금 낡긴 했지만 사진과 큰 차이는 없었다. 대문 바로 옆에 가로등도 있고, 그 외에도 사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당한 위치마다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대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올리면 바로 숲이 보였다. 숲을 타고 내려오는 바람 특유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그 골목에서 숲의 바람을 느꼈을 때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여기다. 보증금 2,000만 원짜리 집은 안 봐도 된다. 심지어 집에 들어가 보지도 않은 채 그런 생각을 해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집이 바로 마음에 들었다. 왜였는지는 아직도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겠다. 시세가 싸서였을까? 동네 분위기가 좋아서였을까? 마당에 수십 년 된 나무들이 있어서였을까? 내가 쓸 수 있는 차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어디가 됐든 나가서 혼자 살고 싶어서였을까? 그게 뭐든 일상을 바꿀 요인이 필요했을까? 이 모두가 이유였을 것 같다. 나는 그 모든 막연한 기분을 모아서 한순간 결심을 하고 말았다.
“저 계약할게요.”
집을 보여준 할머니께 그렇게 말하고 그 집에서 나왔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가서, 신도림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갔다. 버스 생활권에서 지하철 생활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