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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381000
· 쪽수 : 464쪽
책 소개
목차
나는 숫컷 아르고너트 민수기?
살아는 있었구나 아니, 살아났구나 김명철
달리기 출발 총성이 울릴 것 같아 김경숙
나는 오늘 구원 받았습니다 김명철
지금 운명이 내게 보내는 신호는 도대체 뭘까 민수기
내가 뭘 잘못했나요 김경숙
나는 아르고너트가 아니다 민수기
아들이 생길 거 같아요 강진
제비가 박씨를 물고 왔다 민수기
목에 가시가 걸리면 안 되지 김명철
아직까지도 겁나게 찡해 부려 민수기
이제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명철, 강진
똘똘하던 놈이 왜 그러냐 강진, 손정은
내가 아는 게 없더라구요 민수기
정말 까마득한 옛날 같아 민수기
바그다드에 부는 거센 모래 바람 김명철
발비가 망나니가 되어 춤을 추다 민수기
저 너머 강기슭에, 자유가.... 민수기, 김경숙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래도 행복하려고 한 결혼이었는데 정작 진짜 치러야 할 가혹한 대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체 건강한 이십 대 후반 젊은 부부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건조한 부부생활, 우리는 성의 기쁨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극심한 가뭄에 겨우 떡잎 하나 보듯이 하는 잠자리는 자기 다리를 긁는 느낌보다 더 뻔한 전희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터지는 신음 소리 하나 없는 고요한 삽입으로 이어졌다. 결말은 대부분 내겐 너무 쉬운 접이불루(接而不漏).
발치를 잡아채는 무언가에 이끌려 복도 창가로 나갔다. 깨금발로 서서 창문 밖으로 상체를 최대한 내밀었다. 새삼스럽게도 학교 정경은 너무나도 푸르렀고 분명 전에도 그랬을 짙푸른 녹음의 향기가 숨이 막히도록 ‘후욱’하고 한꺼번에 폐부를 찔렀다. 다행히 콧속으로 들어온 보드라운 명지바람이 목젖을 간지럽히며 놀란 가슴을 쓸어주었다. 달콤한 질식! 숨을 처음 쉬는 것처럼 몇 번이고 크게 들숨을 배속 가득히 그다음 천천히 날숨을 뱉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욕구가 가슴속에서 꿈틀거렸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를 옭매던 공허감이 그 순간만큼 완벽하게 떠나갔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고 가슴이 미어졌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내가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보고 싶었다. 그의 심장 소리를 한 번은 더 들어야 내 인생이 허무한 한낮 꿈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가 없는 나의 이십 대는 잘해야 거세된 젊음에 불과하고, 남은 인생도 아예 끝이 보이지 않는 좁고도 무서운 외길 낭떠러지 같지만, 한번 만날 수만 있다면 웃으면서 그를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