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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91190434898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5-12-0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장 증언미학
2장 감광영화(減光映?): 기억의 터
3장 부재를 스크리닝하기: 임철민의 〈야광〉
4장 진실 혹은 신앙의 매체, 라이프캐스팅
5장 망각을 위한 장치, 과정으로서의 기념비
감사의 말
2024-2025 SeMA 비평연구 프로젝트: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억은 구호와 의례로서 정형화되는 순간, 즉 편하고 익숙한 형식으로 거듭나 버리는 그 순간에 망각이라는 운명을 안게 된다. 따라서 기억이 오래 남으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끊임없는 의심과 질문은 물론 고통스러운 직면이 필요하다. 베를린에서 보낸 시간은 나로 하여금 한국의 동시대 예술가 중에서도 구호와 의례 너머의 기억을 모색하는 이들을 눈여겨보게 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가들은 기억의 문제를 단지 작품의 소재로만 활용하지 않고 매체 논리와 형식 언어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들은 각광받는 미감이나 널리 수용되는 형식을 깊은 고려 없이 손쉽게 차용하지 않는다. 우리의 감각에 쉽사리 순응하지도 감정에 가볍게 호소하지도 않으며, 손쉽게 주입될 수 있는 형태의 대안 기억을 내걸지도 않는다. 대신 기억 대상이 제시되는 익숙한 형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이를 통해 기억이란 무엇인지, 앎이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증언이라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균열과 다층적인 결을 비판적으로 읽어 낼 수 있는 감각을 노아 쉔커(Noah Shenker)는 '증언 문해력'이라고 명명했다. '문해력'이라는 표현을 통해 쉔커가 강조한 것은 증언 생산 주체나 작업자보다, 증언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수용자의 책임이다. 강경래는 1990년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생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말하며, 대표적 사례로서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1995)를 꼽는다. 반면 2010년 이후의 영화들인 〈귀향〉(2016), 〈눈길〉(2017), 〈아이 캔 스피크〉(2017) 등은 생산된 증언 기록을 바탕으로 오히려 적극적인 가공을 시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관찰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앞선 세대의 예술인, 활동가 그리고 연구자들이 '증언의 생산'에 힘썼다면, 이제는 증언의 생산과 매개 과정을 이루는 복잡한 결, 균열, 모순, 대립하는 요소들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증언이 결코 하나의 틀로 매끄럽게 환원될 수 없음을 상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문자보다는 녹음매체가 증언을 더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한 몸짓과 침묵의 순간 등 언어를 초과한 증언의 영역은 영상매체를 통해 더욱 '있는 그대로' 전달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IMO』의 작업자들은 문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영상 촬영과 음성 녹음을 활용하지 않았다. 작업자들은 이모와의 대화를 현장에서 받아 적지 않고 먼저 녹음했으며 종종 촬영도 했지만, 최종 결과물에서 영상과 음성매체는 이모들의 구어적 특징, 비언어적소리 요소, 혹은 몸짓을 포착하기 위한 방식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글을 읽으며 독자가 궁금해할 법한 이모들의 "멜로디"로 하는 말, "불쑥 튀어나온 좋은 미국식 영어 발음"과 같은 소리는 큐알 코드 영상에 담겨 있지 않다. 괄호와 대괄호를 끊임없이 동반해야 하는 '불완전'한 문자 전사는 다른 무엇보다 증언의 매개됨을 드러내며, 동시에 영상과 음성 매체의 직접성(immediacy)에 대한 통상적인 믿음에 대해 되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