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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0826150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2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것
3 칼은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다
4 내게서 수학이 떠나간 이유
5 후회스럽고 가슴 아픈 기억
6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7 그럼에도 반짝이고 소중한 젊은 날
8 나를 변화시키고 온 우주를 바꿔 놓을 깨달음
9 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
10 이곳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11 퓰리처상 수상 소식
12 유명한 남자 작가와의 이야기
13 조용한 땅에서 나를 위로하다
14 격에 안 맞는 길로 향한 여자들
15 이 세상에 머물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것들
16 나를 지켜 낸 캐롤라인의 사랑
17 뭇 여성이 흠모해 마지않았던 마조리
18 자기만의 방은 중요하다
19 지켜 내지 못한 내 전부
20 앞에 놓인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
21 살면서 감당해야 할 두 가지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몇 달 후 주말 강연에서는, 30대 이하의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쓴 글도 읽어 보는 시간이 있었다. 그중 많은 여성이 나와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뭔가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날것 그대로의 목소리에서는 분노와 단호함이 느껴졌다.
그들의 글은, 내가 수년간 잊고 지냈던 사건들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장애물들을 뛰어넘거나 회피하며 여기까지 왔고, 터무니없는 모욕들을 숱하게 견디며 살아왔다. 남자들이 들으면 어리둥절하고 낯설겠지만, 여성이라면 옆집 이웃만큼이나 익숙하게 느낄 만한 이야기들을 나는 다 기억한다.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 중에서
윗동네에 사는 한 남자가 내게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는 수년 동안 이런 식으로 내게 접근했다. 덩치가 나보다 두 배는 되고 다정하면서도 고압적인 태도의 그는, 뼈가 으스러질 듯 달갑지 않은 포옹으로 인사하곤 했다. 나는 보통 머쓱한 미소로 몸을 움츠리며 그를 막아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평생 낯선 이와 미련퉁이들을 지겹도록 용서해 온 나는, 오늘만큼은 서슬이 퍼랬다. 그래서 그가 다가와 팔을 내밀었을 때 몸을 틀어 그를 정면으로 응시했고, 팔을 들어 그의 수작을 저지했다.
-‘칼은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분노를 표출했기에, 성폭행 이후에 겪는 전형적인 내면의 트라우마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묘한 움직임이 일어났다. 조금씩 부식되어간 믿음은 경계심으로 자리 잡았고, 차가운 회의와 냉소는 뚫을 수 없는 얼음장이 되어 버렸다. 수십 년에 걸쳐 흘러넘친 감정이 어떤 문화적 규범처럼 측정 불가한 방식으로 나를 빚은 것이었다.
‘누구한테 말은 해 봤어? 왜 말을 안 했어, 경찰을 부르지 그랬어, 왜 신고를 안 했어?’ 이 글을 쓰는 나도 읽는 당신도, 왜 이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겠는가. 누구에게든 나를 지켜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후회스럽고 가슴 아픈 기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