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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91190885508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1-01-15
책 소개
목차
여명
해적 이야기
수평선 같은 두 아이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바람에 이끌려
무정부 상태가 언제 올까
여배우들
마법에 관하여
구해야 할 것들
브루클린 세일러 블루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어느 날 밤, 소피아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중 그녀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었다. 창밖을 보았고 남자의 승합차가 주차장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조등이 깜박였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곳에 서서 그 메시지의 내용이 명확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 남자가 차에서 내려 창문 쪽을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모두 피웠다. 그런 다음 꽁초를 바닥에 던지고 마치 그녀를 짓밟듯이 신발로 뭉갠 뒤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켜고 출발했다.
“소피아.” 간호사가 소리 내어 말했다.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그날 아침 소아과 의사는 아기가 위기를 넘겼다고 진단했고, 마침내 아기는 엄마 곁으로 돌아갔다.
_ 「여명」
마르타는 그 그림들의 가치가 얼마이든 간에 로사나에게는 용기를 주고 로베르토의 기를 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원시인으로 만들지 마.” 단둘이 있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난 요리사도 웨이트리스도 베이비시터도 되어달라고 요구한 적 없어. 로사나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 해도 난 상관없어.” 하지만 그의 무관심은 그 반대를 의미했다.
식탁 아래에서 소피아는 고모 앞에는 엄마의 샌들을, 엄마 앞에는 아빠의 모카신을 놓아두고 그렇게 서로의 신발을 바꿔치기했다. 마르타는 소피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이 아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이런 가족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니? 좋은 생각이라도 있니? 아니면 너도 이미 보잘것없는 여성으로 낙인찍힌 거니?
_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클리닉에선 소피아가 나가기를 바랐다. 밤이면 병실을 돌아다녔고 몇몇 간호사들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는 법이 없었고 다른 환자들에게는 최악의 본보기였다. 어느 날 아침 마르타는 클리닉으로부터 이번이 마지막 통보이니 진료비를 수납하고 이제 그만 소피아를 퇴원시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게 뭐야, 폭동이라도 계획하고 있는 거야?” 주말 면회 때 소피아에게 물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는 하루도 못 배기겠니?”
소피아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놔주는 신경안정제 때문에 자신이 엄마처럼 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의 영혼이 느껴졌고 밖으로 튀어나오려 해서 있는 힘껏 내쫓아야 했다고. 뭔가를 박살 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간호사들에게 못된 말을 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 마르타가 소피아에게 물었다. “매 순간 감시당하는 걸 끝내고 네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아? 하고 싶은 거 없어?”
“연기를 하고 싶어요.” 소피아가 주저 없이 말했다.
_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