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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0906142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1-06-18
책 소개
목차
서문
헤세와의 만남
데미안
아브락사스
나르치스, 골드문트, 싯다르타
두 번째 만남
픽토르의 변신
아침
구지 선사
편지
마지막 만남
1961년 5월 7일 일요일
마지막 메시지
인도를 떠나고
나무
골드문트 조각상
꿈
브렘가르텐 축제
두 장의 편지
융과의 만남
남극에서
융 박사와의 첫 만남
1959년 5월 5일, 두 번째 만남
마법의 결혼식
야코비 박사와 함께
융 박사, 내 책에 서문을 써주다
아널드 토인비와 함께
융 박사로부터 마지막 편지를 받다
편지의 내용
또 다른 만남
죽은 자를 위한 일곱 가지 설교
작별
인도의 아침
꿈
신비한 일
우리 시대의 신화
결론
헤세와 융, 그리고 세라노
헤세의 생애
융의 생애
리뷰
책속에서
그러자 옅은 백단향의 향내가 나는 것 같더니 문이 열렸다. 흰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헤세였다. 나는 일어나 그를 따라 커다란 창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나는 그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헤세는 갸름한 얼굴에 밝고 빛나는 눈을 하고 있었다. 위아래로 흰옷을 입은 그는 고행자나 고해자처럼 보였다. 백단향의 향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 우리는 천장 끝까지 책으로 들어찬 거실을 지나 좀 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 한가운데 말끔히 치워진 책상이 놓여 있었는데, 그 방도 벽이 온통 책과 그림들로 가득했다. 헤세는 창문을 등지고 앉았고, 나는 그를 마주 보고 앉았다. 저 멀리 산과 호수 위로 지는 태양이 보였다. 헤세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시종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평온한 분위기가 방 안 가득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 시간의 엄숙함에 매료되었다. 내가 당시에 얼마나 긴장했고 헤세와의 만남으로 나의 전 존재가 얼마나 전율했는지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숭배하는 사람과 마주 앉은 것이다. 나는 그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고, 헤세의 진심 어린 환영은 나를 순례의 길로 접어들게 했던 그 감정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내가 볼 때 헤세는 시간을 초월한 것 같았다. 그때 그는 73세를 넘은 나이였다. 그럼에도 그의 미소는 젊은이의 미소였다. 그의 육체는 절제되고 영적(靈的)인 모습이었다.
_ 「나르치스, 골드문트, 싯다르타」 중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영혼의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성격을 나타냅니다.” 헤세가 말했다. “그것은 묵상과 행동으로, 이 둘은 언젠가 통합되어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압니다.” 내가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극단적인 둘 사이를 오가면서 긴장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묵상의 고요함을 꿈꾸는데 생활이 어쩔 수 없이 저를 행동으로 밀어붙입니다.”
“하늘의 구름처럼 흘러가게 하십시오. 거부하지 마십시오. 신은 산과 호수에 계신 것처럼 당신의 운명 안에도 계십니다. 그것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람이 자연에게서, 그리고 자신에게서 자꾸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_ 「나르치스, 골드문트, 싯다르타」 중에서
잠시 후 헤세가 방의 다른 쪽에 놓여 있는 돌로 된 흉상을 가리켰다. 헤세의 두상이었는데 그의 친구인 어느 여성 조각가가 만든 것이었다. 헤세가 그 흉상에 손을 얹었다. 내가 물었다. “삶의 저 너머에 무언가 존재하는지 아닌지 아는 것이 중요할까요?” 헤세가 말했다. “아닙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거기에서 우리는 형상(form)으로, 순수한 형상(pure form)으로 되돌아갑니다.”
_ 「두 번째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