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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931045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0-07-27
책 소개
목차
이슬아 작가의 프리뷰
프롤로그_
술로 책 쓰는 자의 아무말
평범한 데이트와 밤샘 작업
bar의 값비싼 추억
미치지 않고서야
엄밀히 말하면
내일은 없는 사람들처럼
남향의 기적
살벌한 책임감
전생에 나라를 아무리 구해도
대충 마시다 마는 소주처럼
일이 먼저였는지, 술이 먼저였는지
친구가 없는 이유
나는 계획이 다 있었다
어차피 또 마실 건데
어느 수포자의 이상한 다짐
나는 지금 니 생각을 묻잖니
진실은 괄호 안에 있다
처음이지만 끝인 것처럼
빌어먹을 섹스
애어른과 어른이
모든 물건은 원래 제자리가 없다
아버지와 푸시킨
이 밤의 끝을 잡고
에필로그_
왜 취하는가, 어차피 깰 건데
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건데
넥스트에세이 미리보기_
책으로 가득 찬 카피라이터의 작업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누라와 한창 연애할 때였다. 우리는 만나면 눈에 띄는 술집에 들어가 소주부터 시켰다. 안주가 나오기 전에 소주 한 병을 다 비웠고, 안주가 나오면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그렇게 우리의 데이트 코스는 매번 술집, 술집 옆에 술집, 길 건너 술집 순이었다. (…) 결국 또 소주를 마실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안주가 나오기 전에 소주 한 병을 비웠다. 마누라는 장모님한테 “친구 집에서 밤샘 작업한다”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잔뜩 취한 우리는 근처 모텔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한 몸이 됐다. 오늘이 마지막인 사람들처럼 몇 번이고 섹스를 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밤샘 작업한다”는 마누라의 말이 아주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튿날 나는 마누라를 집까지 바래다줬다. 살이 구부러진 낡은 우산은 온데간데없었다. 간밤에 비가 그치는 바람에 술집에 두고 왔는지, 아니면 모텔에 두고 왔는지 알 길이 없었다. 마누라 집 앞에서 헤어지려고 했는데, 왠지 아쉬워서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고는 마누라가 나를 다시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줬다. 나는 지하철을 타려다 말고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주나 한잔 더 할까요?”
- ‘평범한 데이트와 밤샘 작업’ 중에서
우울에 빠질 때마다 혼자 불 꺼진 주방 식탁에서 소주를 마셨다. 아무 조리도 하지 않은 비엔나소시지를 안주 삼았다. 우울에 빠진 주제에 비엔나소시지를 맛있게 구워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럼 잠든 마누라가 “무슨 냄새야?”라며 깰 테니까. 나는 우울에 빠졌을 뿐인데, 마누라 몰래 비엔나소시지를 맛있게 구워 먹는 것처럼 보이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아무튼 소주 한 모금 마시고 비엔나소시지 한 입 베어 물면, 그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마시면 비엔나소시지 한 봉지에 소주 한 병 반 정도 마실 수 있다. 비엔나소시지를 아껴 먹으면 소주 두 병도 마실 수 있다. 하지만 두 병까지 마신 적은 없다. 비엔나소시지가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아껴 먹을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우울하다고 입맛까지 달아나는 건 아니었다.
- ‘엄밀히 말하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