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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91191056297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마음의 코어 근육 만들기
1장 정신과 의사의 책 읽기
책을 읽다가 즐거워지는 순간│앎의 경계를 긋는다는 것│독서에 관한 첫 번째 기억│닉네임 옥수동
도서관이라는 천국│킹스크로스역 9와 3/4│적극적인 우연이 주는 발견│정신과 의사의 책 처방
2장 텍스트의 소유
도대체 책은 언제 보세요?│책 고르기 3분류의 법칙│책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을까│완독의 기준│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독서의 생산성 높이기│일 년간의 독서 지도 그리기│명예의 전당
3장 어쩌다 보니 작가
추천사 쓰기의 정석│능동적인 독서의 기술│마음을 읽는 서가│저자로 살아가기│책을 만드는 사람들
4장 많이 읽어보니 알게 된 것들
단편집은 첫 편부터│그림책 속의 상상력│책을 선물할 때 생각해볼 것│우호적 독자의 행동 강령│저자 소개에서 글쓴이를 상상하기│여행에 함께할 책 고르기│베스트셀러의 공식│함께 읽기라는 낯선 경험
5장 이런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싶다면│불안에 대한 책│우울증을 이해하기 위해서│정신과도 후기가 필요하다│믿고 선택하는 심리서 전문 출판사│괜찮은 어른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려면│일과 덕질의 균형│쓴소리가 필요한 순간│대작의 숙명│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책│내 인생의 책
에필로그 꾸준히 읽어가는 것뿐
하지현이 읽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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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코어를 단단히 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독서를 통해 코어가 강화되는 경험은 결국 책을 통해 내가 깊어지고 넓어지는 과정이다. 전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지식을 통해 이치를 깨달으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깊어진다. 타인의 관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내 관점의 편협함이 깨진다.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지?” “저 사람 이해가 안 가” 같은 무심한 말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지지? 화나고, 무서워”라는 납작한 표현들을 덜하게 된다. 이 세상이 그렇게 평면적이고 얕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책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다 알게 되고,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어떤 윤곽을 가진 사람이고, 왜 선을 넘는지, 그 행동을 하는 맥락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면 한결 대범하게 대할 수 있다. 그것이 내 마음의 코어가 된다. 세상의 옳고 그름에 대한 여러 가지 내 믿음들은 책을 읽으면서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깨져 버린다. 내 눈으로만 보는 세상이 얼마나 편협하고 좁은지 금방 깨닫게 된다. 넓어진 시야는 세상을 보는 눈을 다중화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며 보이지 않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많아지면 더 잘 보이고 명료해져야 하는데 어떨 때에는 거꾸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현상이나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심층적으로 더 파고들어 갈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명쾌하게 말하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이런 부분은 스스로 많이 알고 있어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분명히 말을 할 수 있으니,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므로 꾸역꾸역 읽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이 멈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 비로소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 ‘앎의 경계를 긋는다는 것’ 중에서
무엇보다 책 처방은 간접적 솔루션이라는 점이 강력한 장점이다. 정신치료는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의 일대일 상호관 계로 이루어진다. 치료자가 하는 해석은 자칫 내담자에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잘 맞는 일대일 맞춤 처방이더라도 직면과 같은 맞닥뜨림이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약간 비껴가거나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안전한 완충재를 놓는 게 나을 때가 있다. 책이나 영화가 그 역할을 한다. 치료자의 마음 한 곳에서 내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떠오른다. 이때 말로 직접 “○○는 이런 부분에 걸려 있어요. 저런 면을 피하려 하네요”라고 하기보다 “××란 책을 보면 어떨까요? 보고 나서 함께 이야기해요”라고 권하는 것이다. 자아가 약한 상태의 내담자나, 치료자에게 마음을 열기 힘들어하는 청소년을 정신치료 할 때 써보면 예상 외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 ‘정신과 의사의 책 처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