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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1056501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1장 새로운 제안과 검토
2장 프로젝트 개요와 전개
3장 선전포고, 각자의 싸움
4장 자존심과 빈 캔
5장 재앙과 복의 소용돌이
6장 농업로봇을 둘러싼 정치적 의도
7장 시찰 게임
8장 데이코쿠중공업의 반격과 패러다임 시프트
9장 전쟁터의 오라토리오
10장 그 후의 일상과 반성
리뷰
책속에서
"기어 고스트와의 거래는 일단 백지로 돌아갔어. 가라키다, 트랜스미션 밸브를 거래할 곳이 없는지 계속 알아봐." (…)
"우리와 손잡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그거죠? 이타미 사장이."
가슴속의 투지가 불타는 듯 가라키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해주겠습니다. 뒤통수를 얻어맞고 잠자코 물러날 만큼 쓰쿠다제작소는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쓰쿠다제작소의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에 처한 기어 고스트를 도와주었는데, 그 결과가 이것인가. 서운한 한편으로 출구 없이 소용돌이치는 분노의 불길이 회의실에 차올랐다.
회의를 마치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 쓰쿠다는 의자에 몸을 던지고 한숨과 함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거래처와 결별하기는 쉽다. 하지만 계획이 어긋난 사업의 구멍을 메우기는 그리 쉽지 않다.
중소기업 경영은 곧게 뻗은 외길이 아니다. 구불구불하고 수많은 골목이 입을 벌리는 험난한 길이다. 게다가 의지할 만한 내비게이션도 없거니와 이끌어줄 표지판도 없다.
"시마즈." 이타미가 매달리듯이 말을 걸었다. "한 번 더 나랑 함께 일하지 않을래?"
시마즈가 돌아보자 이타미는 간곡한 눈빛을 던졌다.
"히무로 씨였나? 유능하다고 했잖아."
퇴직할 때 시마즈는 히무로에게 일을 인계했다.
-넌 이제, 필요 없어.
그때 이타미가 한 말은 지금도 시마즈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 켜지는 네온사인처럼.
그 이유가 히무로였다. 시마즈 이상으로 유능하고 써먹을 만한 남자.
"녀석은 별로야. 역시 시마즈, 네가 필요해."
간절히 부탁하는 이타미를 시마즈는 말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 그런 인간이었어?" 시마즈가 말을 이었다. "자기가 믿고 데려온 직원을 그렇게 간단히 쳐내다니. 변했구나, 이타미."
데이코쿠중공업에서 받은 제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영업부와 기술개발부 전원이 쓰쿠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중심은 어디까지나 농업이야." 쓰쿠다가 말했다. "다윈과의 대결에 눈길이 가기 십상이지만, 그들에게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지. 우리 농업은 고령화와 이농의 증가로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어. 무인 농업로봇은 농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줄 거야. 농업의 미래를 새로이 개척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이 사업에 참가하고 싶어."
제조에 필요한 것은 기술이나 효율만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의의다.
무엇을 위해 만드는가. 그 취지에 동감해 대상에 열정을 퍼붓지 못하면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제조는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 쓰쿠다의 지론이었다.
왜냐하면 쓰쿠다제작소 입장에서 제조는 장사라는 측면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사인 이상 그걸 필요로 하는 고객이 있어야 성립한다. 그것이 제조라는 것의 어려운 점이다. 만들고 싶은 걸 자유로이 만들어서 장사가 성립된다면, 그건 단순한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