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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11468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돌아온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몸: 무덤, 표지, 구원의 장소
기원
앓기의 기술과 쓰기의 기술
거의 보이지 않도록 작게
고통의 그림
병자의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하여
파이의 이야기
통증의 역사 쓰기: 알퐁스 도데의 「라 둘루」
병이 준 것
무에서 나오는 건
버지니아 울프, 작가-여성-병자의 초상
젊은 투병인에게 전하는 책과 문장들
중력
우리는 나무들처럼 잎을 떨어뜨렸다
에필로그: 쪽지들의 바다
주
추천의 글
감사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의심의 화살표는 바깥도 향한다. 그러면 병자는 종교인보다는 혁명가가 된다. 병의 원인은 외부에, 사회에, 국가에, 체제에 있다. 가장 빈번히 눈총을 받는 건 건강하지 못한 먹거리, 독성물질을 내뿜는 주거 환경,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 장시간 노동, 대기업의 탐욕, 빈곤을 지목할 수 있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이 모두가 건강을 위협한다.
성서에서 ‘죄’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하마르티아’에는 원래 ‘과녁에서 빗나가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내 이전의 삶에 없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과녁, 포인트, 요점, 핵심, 중심. 거기서 빗나간 채로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바삐 뛰어다니기만 한 게 내가 한 일의 전부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죄인이었다.
병자로서 고통을 전하되 끝없이 하소연하지 않는 작가로서의 자의식, 할 수 있는 말을 통해 할 수 없는 말까지 전하는 능란함, 쉬운 승리로도 쉬운 절망으로도 가벼이 기울지 않는 평정심, 아프다는 것을 시시한 글의 변명으로 삼지 않는 자존, 자기가 보는 어둠을 부러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것으로 자신을 장식하지 않는 윤리, 오랜 시간 매일 공들여 노력하는 자기 규율, 나의 고통은 유일하고 절대적이나 그와 동시에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고통을 인식하는 균형감, 고립시키는 고통을 접면을 넓히는 기회로 전환하는 놀라운 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