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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1193664
· 쪽수 : 176쪽
목차
재와 물거품 · 6p
작가의 말 · 168p
프로듀서의 말 · 172p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늘도 파도가 잔잔하기를.
직일 때마다 색이 달라지는 투명한 꼬리에서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꼬리 위쪽 하반신은 밤바다처럼 검으면서도 꼬리처럼 색색의 빛을 내는 비늘이 뒤덮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 보니 매끄럽고 단단했다. 무녀가 홀린 듯이 비늘을 쓰다듬자 바닷속에서 얼굴을 내민 상서로운 존재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함부로 만진 게 부끄러워 얼굴이 불타올랐는데,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열기가 온몸으로 옮겨붙은 듯 너무 더워졌다. 자신에게 이렇게 웃어 준 존재가 있었던가? 마음이 떨려 오고 눈이 멀 것 같았다.
무녀는 사람과 바다를 이어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서는 안 됐다. 사람이라기보다 마을 중앙에 있는 거대한 소나무나 그 옆에 있는 우물처럼 귀하고 중요한 무언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감내하고 이겨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무녀라서, 혼자라서 느끼는 괴로움과 외로움, 서글픔까지도 모두 자신을 성장시켜 줄 밑거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영원은 없어.”
“내가 있다는 거 알려 줄게.”
… 이번에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다. 아직도 도망가라는 소리가, 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물속으로 가라앉는 사이 점점 멀어졌던 그 비통한 소리가 시시때때로 들린다. 이번에는 절대 마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지는 마리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