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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1816020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극장의 유령이 배우 중 한 사람을 골라 몸을 빌려 연기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선택된 배우가 공연의 스타가 된다는 거고. 두 사람 다 유령 얘기 몰라?”
유신의 농담에 휘둘리는 건 분명 어리석다. 하지만 그 농담에 지은의 팔에는 소름이 돋았다.
‘그 남자는 분명 순식간에 나타났어. 그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지.’
지은은 유신이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열연한 배우들이 도취해서 만들어내는 얘기겠지만, 왜 그런 거 있잖아. 무대에 서는 사람이 배역과 혼연일체가 된 나머지 무아지경에 이르는 그런 거. 우종이 넌 알지 않아? 배우니까.”
우종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열연의 대가가 접신이라면 저는 기꺼이.”
“모르지, 또. 유령이 이번 공연에서 너한테 붙을지. 지은씨, 우종이 유령 붙으라고 고사 지낼까? 공연 대박 나게.”
유신은 지은에게 눈을 찡긋해 보였고, 우종은 양손을 깍지 끼우고는 옆구리 스트레칭을 했다.
“글쎄요. 그 귀한 유령이 한낱 조연일 뿐인 이 몸한테까지 와주실까요?”
지은은 무심히, 적혀있는 시를 중얼거렸다. 시 한 줄을 읽자 다른 곳으로 이동한 듯했다. 현실의 창밖은 도시의 여름밤이지만 순식간에 안개 자욱한 둑길, 별빛 반사하는 강가, 바람이 풀 눕히는 들판에 휩싸여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사랑을 잃고 신음하는 청년이 비척거리며 걷고 있었다. 지은은 감수성에 취한 기분이 싫지 않았다. 적막한 공기 속, 시계의 유리판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마지막 행까지 읽어내렸다. 어느새 지은은 막연한 동경에 흠뻑 젖어들었다. 한유의 시가 가진 힘이었다. 그래서였다. 눈앞의 남자를 보며 환영인 줄 안 것은. 얼마쯤 걸렸을까. 야근으로 피로에 절었던 눈이 휘둥그레지기까지. 눈앞에 있는 존재가 환영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지은은 그대로 얼어버렸다. 남자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설마, 제가 보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