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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645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3-11-30
책 소개
목차
머리말 … 4
어긋남의 체계 … 13
일용할 기계 … 33
가치론과 문화 … 67
『자본론』 절요 … 83
참고 문헌 … 117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평론 강의의 마지막 한 주일에는 강의가 있는 그해에 나온 시집들 가운데 몇 수의 시를 골라서 학생들과 함께 분석해보았습니다. 시를 읽고 처음엔 시가 아니라 시와 관련된 자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했습니다. 시의 내용을 학생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게 한 다음에 시의 표현에 대해서 학생들이 질문하게 하고 학생들이 대답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시의 가락과 말꽃을 스스로 이해하고 시의 의미를 새롭게 뜯어 읽을 수 있게 될 때쯤 한 학기 강의가 끝납니다. 강의실을 나오기 직전에 저는 엉터리 칠언절구로 학기 강의를 휘갑했습니다.
자본론정신분석
한문영어독불일
판본평전문학사
항불망집중세부
굳이 한자로 쓰지 않아도 의미를 짐작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자본론과 정신분석을 공부해야 한다. 한문과 영어를 모르면 국문학을 공부할 수 없고 번역서를 읽더라도 독일어와 프랑스어와 일본어를 알아야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 공부는 사전과 문법책을 가지고 하는 판본 연구에서 시작하여 작가의 작품 전체를 생애와 대비하여 해석하는 평전 연구를 거쳐서 문학사 연구에서 끝나는 것이다. 한국에는 슈바이처의 『바흐 평전』 같은 좋은 평전이 너무 적다. 정신분석은 평전 연구에 필요하고 자본론은 문학사 공부에 필요하다. 공부는 대충 하면 안 되고 항상 세부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30년 동안 매년 했어도 한문이나 일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더러 보았으나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끝내 보지 못했고 융이나 라캉을 공부하는 학생은 더러 보았으나 자본론을 읽는 학생은 끝내 보지 못했습니다. 정년하고 10여 년이 지나서 교수 시절 일은 다 잊고 있었는데 올해 설에 “선생님의 문학사를 다 읽어도 자본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예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무슨 변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한 권의 작은 책을 얽어보았습니다.
2023년 8월
일훈(一薰) 삼가